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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댕이의 서울살이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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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반려동물 인식 차…“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
자치구는 유기동물 보호소, 반려견 놀이터, 반려동물 교육 등 시행


한겨레

지난 10월27일 서울 서대문구 내품애센터에서 미리 신청한 주민을 대상으로 우리동네 산책크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비반려인과의 공존을 위해 반려인들이 산책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문강사가 홍제동 산책길과 내품애센터에서 가르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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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치구 “인식 차 좁히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노력”

반려인, “예절 교육 적극 참여해야”
“반려동물을 경계의 대상 아니라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해야”


티브이 만화영화 ‘마징가 제트’(1975)와 ‘들장미 소녀 캔디’(1977)를 보고 자란 세대는 누구나 가슴속에 ‘반려견’ 한 마리를 키우고 있다. “철물상 아저씨가 파트라슈를 (채찍으로 때리며 무거운 상품 수레를 끌게 하더니) 운하에 버렸어요. 파트라슈는 이제부터 우리의 ‘가족’이야. 친하게 지내야 해.”

‘플란다스의 개’는 1871년 발표된 영국 소설로 1975년 일본은 만화영화로 제작해 후지티브이에서 52회에 걸쳐 1년간 방영했다. 우리나라에선 이듬해 한 지상파 방송사가 이를 수입해 방영했다. 당시엔 열 집 중 세 집만 티브이가 있던 시대였으니 만화영화가 방송되는 날이면 어김없이 동네 아이들이 티브이가 있는 친구 집으로 몰려갔다. ‘반려견’이란 말이 생기기도 한참 전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네로와 함께했고 파트라슈가 네로와 함께 ‘무지개다리’를 건넌 크리스마스이브까지 ‘가족’으로 지낸 추억을 갖고 있다.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란 인식이 일찌감치 생긴 영국에선 1822년 세계 최초로 동물복지법인 ‘가축부당취급방지법’이 만들어졌고 프랑스(1850), 독일(1871)이 뒤를 이었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민법에 최초로 포함했고 독일과 스위스도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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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의 대부분인 개는 예로부터 사람과 함께 살며 특유의 충성심과 사람과의 교감 능력 덕분에 재산 보호를 위한 감시와 탐지 같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투견이나 식용과 같은 어두운 역사도 있다. 동물의 지위를 ‘물건’에서 구해내는 민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991년에야 동물보호법이 처음 제정됐고 올해 1월 어렵게 ‘개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상태다.

이런 과도기에 놓인 어정쩡한 반려동물에 대한 감정은 세태에 그대로 반영된다.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의 인식 차이가 크다. 반려인 82% 이상이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라고 답한 반면 비반려인은 4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또 ‘페티켓’을 잘 지키는가에 대해서 반려인의 64%가 긍정 답변을 한 반면, 비반려인들은 불과 17%만이 긍정 답변을 했다. 비반려인 10명 중 8명이 반려인이나 반려견에게 우호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반려인들은 배설물, 공격 가능성, 옷/물건 훼손, 짖는 소리를 주로 불편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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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은 서울&이 최근 25개 구청에서 받은 반려견 관련 민원 접수 내용에도 그대로 나타나 민원의 대부분은 ‘목줄 안 함’과 ‘배변 미처리’였다.

2019~2023년 5년간 소방청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 ‘개물림 사고’로 119구급대가 이송한 환자 수는 연평균 174명이었다. 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올해 9월 말까지 서울의 개물림 사고 환자 수를 56명으로 집계했다. 이를 자치구별로 보면, 강서·용산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대문 5건, 강남·강북·성북·송파가 4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한 반려인은 “통계로만 보면 서울의 등록된 반려견 61만 마리 중 한 해 개물림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0.03%에 불과한데 자극적인 보도 등으로 비반려인들이 과도한 공포나 불안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반면 한 비반려인은 “개가 물지 안 물지 모르는 모호한 상황에선 불안감과 공포감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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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인식차의 원인에 대해 신주은 동물권행동 카라 정책변화팀장은 “아직 우리 사회가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며 “동물도 느끼고 고통받을 수 있는 ‘생명’이란 것을 법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동물권행동 카라 등 동물단체들은 반려동물의 공장식 대량생산과 경매 방식 판매 금지 등을 주장해왔고, 지난해 11월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런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 차이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반려인과 함께 반려동물 행동지도사, 맹견 취급 허가를 받은 영업자 등 종사자들을 위한 의무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교육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 “학령별 교과서 개발, 반려동물 입양 전 교육, 입양 방법, 개물림 사고 예방, 재난 및 위기상황 관리 등 비반려인을 위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 오지현 동물정책팀장은 “명예동물보호관을 통해 반려견주가 지켜야 할 사항을 안내 홍보하고 있고, 시 직영 동물복지지원센터에서 반려동물 시민학교를 운영하며 반려동물 예절교육, 동물보호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모두 동물복지를 전담하는 팀이 있다. 팀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동물복지 정책을 전담하는 부서다. 각 구는 직영 유기동물 보호소 운영, 반려견 놀이터 운영, 반려동물 문제행동 교정 교육,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 취약계층의 동물병원 진료 지원과 반려동물 임시위탁보호 등 다양한 동물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강동, 노원, 마포, 서대문, 서초, 양천, 용산구 등은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직영 반려견 놀이터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4곳 외에 14개 자치구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비나 장례비를 지원하거나 광견병 예방 접종, 동물훈련 보호 전문 인력 운영, 개물림 보상 보험 등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다.

구청장(이성헌)의 반려견 사랑이 각별한 서대문구는 지난 4월 유기동물 보호와 입양상담, 분양 관리, 반려동물 관련 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원스톱 반려동물 거점인 ‘서대문 내품애(愛)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지상 3개층에 총면적 760㎡ 규모로 △1층 보호실(최대 18마리의 유기견 보호), 상담실, 놀이실,목욕·미용실 △2층 체험교육장, 커뮤니티룸 △옥탑 실외놀이터(교육장) 등이 들어섰다.

황미숙 서대문구 반려동물지원과장은 “내품애센터 부지가 결정되자 악취나 소음에 대한 주민 우려가 컸지만 센터에서 위생과 소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 이웃분들도 많이 이해하고 협조해주신다”고 했다.

자치구의 이런 시설들은 반려견을 위한 업무에 그치지 않고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 행복하게 서울살이를 하기 위한 공존방법에 대한 교육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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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차이 해소보다도 중요한 것은 반려인들의 관심과 마음 자세이기 때문이다. 내품애센터의 반려견 산책교실에 참여한 4개월차 반려인은 “반려견과 함께 사는 방법을 모르다보니 강아지가 짖을 때가 많아 이웃들에게 죄송해 교육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4년차 반려인 송혜정씨는 “아파트에 사는데 다른 집 개가 짖어도 이웃들이 반려견을 싫어할까봐 움츠러드는 게 사실”이라며 “기초예절 프로그램이 강아지만을 위한 건 줄 알았는데 제가 더 많이 배웠다. 비반려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반려인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반려인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존을 위해 반려동물 교육 전문가들은 밀집 지역이나 공동주택에서 반려인들이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신세진 바우라움 원장은 “좁은 골목길에선 줄을 짧게 잡고 반려견이 바깥쪽으로 걷게 해 마주 오는 사람과 만나지 않게 하고, 산책시 반려견이 흥분해서 짖으면 그냥 안기만 하지 말고 목 부분을 가슴 쪽으로 끌어안아 시야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진 굿보이스쿨 교육부팀장은 “엘리베이터에서는 이웃이 문 앞에서 반려견과 마주치지 않도록 가장 안쪽에 반려견을 앉히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비반려인들도 보호자가 반려견을 잘 교육하는 것으로 알고 안심한다”고 말했다.

최강일 서대문구 내품애센터 부센터장은 “반려동물과 더불어 사는 시대다. 일부 준비 안 된 반려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대다수 반려인이 함께 눈총을 받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최근 반려문화에 대한 인식도 많이 높아져가고 있는 만큼 우리가 반려동물을 경계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늘도 반려인도 비반려인도 댕댕이와의 행복한 서울살이를 응원하고 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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