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평화와 지속가능한 한반도 협력의 과제’ 포럼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락 의원은 기조연설에서 ”국제정세의 대립구도가 심화하고 있으며 한반도가 그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마치 한국전쟁 직전처럼 진영대결의 최전선에 서게되는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대미, 대러외교 일선에서 일하고 북미국장, 북핵 6자회담수석대표, 주 러시아 대사를 지낸 대표적 외교통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락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평화와 지속가능한 한반도 협력 과제’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남북지방정부협의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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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 대립...앞장서는 한반도”
남북평화협력지방정부협의회가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재단법인 지구와사람이 후원한 이번 포럼에서 그는 “미·중경쟁과 우크라전쟁 이후 심화한 미·러대립으로 세계질서가 대립의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한반도에서 이 대립선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역내 격자형 소다자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식의 새로운 규칙에 입각한 연대를 추구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면서 다극적 국제질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을 하는 등 자기 입지를 확보하려 시도하고, 한국은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 주변에는 한·미·일을 한편으로, 북·중·러 연대, 북·러동맹, 중·북협력이 반대편에 있는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여건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해온 외교안보정책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형성되는 복합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일방적이고 치우친 외교를 했다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움직임이 불가피하게 도달할 수밖에 없는 중·러의 반작용에 대처할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남북 상호확증편향 우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경도된 정책으로 한반도 위기가 어느 때보다 전쟁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처했다”며 “대북정책 역시 강대강 대치로 최악”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최고조에 처하고 남북간 모든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한은 대립구도를 활용해 핵·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중·러 연대를 강화하며 한국은 북한에 대한 억지력, 제재압박 일변도의 대응 중”이라며 “남북이 상호 확증편향에 따른 판단 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 적대적 두국가론을 선포했고 한국은 공세적 통일독트린을 내놓았다”며 “신분단체제가 가속화하고 그러한 큰 그림 속에서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확성기, 무인기,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긴장이 고조돼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고 한국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현 정부 들어 한·러관계, 한·중관계는 모두 수교 이래 최악이 됐다”며 “중·러는 연대해서 미국 주도의 한·미·일 연대에 저항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핵문제를 다룰 유엔 안보리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우려했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한·일관계의 실상도 비판했다. 위 의원은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일본과의 관계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며 “국민적 소통을 생략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해법을 강행한 결과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관계개선을 계속 추진할 정치적 동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가 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한다던 ‘제3자변제’”라며 “정부가 뚝딱 내놓았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나 피해자단체,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며 “해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해법 도출 과정이 소통과 여론수렴을 거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제가 종래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야에 거물급 인사들을 포함한 현인외교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며 “이미 민주당 중진 가운데서도 3자변제와 유사한 법안도 내놓은 적 있어 그분들 모셔서 소통하면서 진행하면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것과 분명 다를 거라고 했지만 그리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으로하여금 상응조치를 꺼내도록 하는 노력도 미흡하다”며 “일본의 경직된 자세는 한·일관계 선순환을 이끌 정치적 동력을 저해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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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사이즈’ 외교가 아니라 ‘맞춤 옷’ 필요”
그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네오콘식으로 단순하고 일각에 치우쳐 있고, 한·미동맹 강화라는 카드 하나만으로 대외관계 전반을 처리하려 한다”며 “옷으로 비유하면 ‘원 사이즈 핏 올(one-size-fits-all), 즉 한 사이즈를 모두에게 입히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 러, 북에 대해서는 그들의 반작용까지 감안안 ‘테일러메이드(tailor-made·재단사의 맞춤 옷)’된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더이상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미·일 일변도 외교가 초래한 북·중·러 최악의 관계, 북한 파병과 북·러, 중·러 연대 상황을 방치하면 자칫 과거 냉전처럼 진영대결의 최전선 국가가 돼서 미·중 미·러 대립의 후과를 전면에서 감당해야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의 외교 안보 핵심과제인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정착, 통일 추구도 물건너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냉전시기에는 우리 국력이 미미했지만 지금과 같은 한국의 경제력 국제위상을 갖고도 진영 구도에 매몰돼 아무것도 못한다면 비극”이라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러대립과 미·중경쟁 첨예한 국면에서 동맹 미국 및 서방과 함께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도 “현실적으로 한·미, 한·일관게 강화는 즉각 북·중·러의 반발을 초래하는 게 현실이고, 미국 따로, 중국 따로 하는 대외정책도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미·일·중·러에 대해서 통합되고 조율된 전략을 수립해 접근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공조 수위, 중·러와 외교공간을 얼마로 할지 배합한 한국형 외교좌표가 있어야 하고, 그러한 좌표를 가지고 북·중·러에 ‘테일러메이드’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공조가 필수지만 그것만 갖게 되면 안보딜레마가 생겨나 상대의 역작용을 일으켜 역설적으로 북한문제는 더 어려워지는 결과를 맞게 된다”며 “억지와 대화·협상 양자가 함께 운용돼야 한다”고 했다. “중·러와 등지고 중·러를 북한으로 몰아세우게 되면 오히려 억지력이 약화되고 북한 핵문제 해결할 길이 더 어려워지는 역설이 초래된다”며 “미·중, 미·러가 대립하더라도 사안별로 협력 가능한 영역을 분리해내려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거 냉전시기 미러가 일반적으로 대결했지만 그 당시에도 핵 비확산 문제, 핵 군축 문제 등에 대해서는 상호협력한 바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정착은 공동의 이익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러, 한·중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반도 논의에서 우리가 배제되지 않는다”며 “지금 상황아로서는 일·북, 미·북 대화가 열렸을 때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우리만 배제되는 참담한 상황이 다시 벌어질 소지가 있다”고 했다.
◆“냉전때도 미·소 협력한 것처럼...기후변화 공동대응”
그는 대립구도를 약화하고 협력을 이끌기 위해서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전 세대에 걸쳐 심각한 사회적, 경제적 안보적 이슈를 초래하고 있다”며 “대립적 국제정세 속에서도 기후를 주제로 주요 플레이어들이 협력을 늘려갈 수 있다면 그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해서 추가 영역을 발굴해나간다면 건설적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후변화 파리협정도 미·중의 타협의 결과”라며 “냉전 시기 미·소가 특정 영역에서 공조하고 협력한 것처럼 신냉전시기에도 미·중이 기후변화 관련 협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에서도 기후변화는 중요한 이슈”라고 했다. 이어 “특히 북한은 기후변화 취약국”이라며 “남북기후변화대응프로그램을 공동으로 만들어 기후 취약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한·일·중이 3국협력도 가능하다”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들이면서 기후변화의 도전에도 직면하고 있는 이 3국은 2022년 서울에서 열린 3국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대응 협력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러시아와의 협력도 필수인 영역이다. 그는 “러시아는 자원보유국기이기 때문에 중요한 에너지 자원 파트너고, 러시아는 시베리아 북극항로의 물류와 기후 환경 관련 협력 잠재력을 가진 나라인 만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제 대립구도에 미흡한 대응으로 마치 한국전쟁 직전 같지만 21세기 한국의 외교가 이럴 순 없다”며 “주요국 사이에서 운신할 수 있는 한국형 외교좌표를 갖고 비핵화나 기후변화같은 협력 가능한 영역을 적극 반영해 대립구도를 완화하고 한국 외교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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