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경영쇄신위원장이 보석 석방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계열사 매각 작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카카오 내부적으론 김 위원장 구속 후 복잡하게 꼬여있던 의사결정 체계가 풀리면서 주요 사안에 대한 빠른 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연내 최소 5~6개 법인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이는 현재 카카오가 추진 중인 조직 재정비 작업의 일환이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톡(카톡)’, ‘인공지능(AI)’을 핵심사업으로 분류하고 이와 연관성이 적은 부문은 정리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카카오VX는 골프용품, 헬스케어,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에서 완전 철수를 결정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의 개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계열사 정리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총수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구속돼있던 당시에는 의사결정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웠고, 관련 작업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따라서 조직 내부적으론 일단 김 위원장이 석방된 만큼, 향후 계열사 정리 작업에 한층 더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AI 메이트(친구) 서비스 '카나나'의 세부 전략도 확정할 수 있다. 카나나의 최대 장점은 AI 비서가 사용자가 참여했던 모든 대화 내용을 기억해 최적화된 응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AI 비서는 이용자가 과거 나눴던 대화 기록을 일일이 뒤지며 특정 정보를 찾아야 했던 번거로운 작업을 대신 처리해준다.
카나나는 카톡과 구분된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시되는데, 아직 카톡과 연동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래 카나나의 성장 폭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만약 카톡과 연결하면 국내 1위 메신저를 통해 오가는 엄청난 대화량을 AI 비서가 모두 학습한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시너지와 범용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자칫 카나나의 독자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상존한다.
현재 카카오 내부에선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 김 위원장의 석방은 카나나의 뚜렷한 미래 방향성을 확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카카오의 AI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굵직한 투자나 인수합병(M&A)이 진행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이 구속되기 전 비상경영을 이끌던 시기인 지난 4월 293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AI 사업 재원을 확보했다. 카카오는 M&A로 핵심 경쟁력을 강화해 온 대표적인 그룹이다. 이를 통해 기술·인재·지식재산(IP) 등을 확보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을 차용했다.
아주경제=한영훈 기자 ha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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