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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지역정치와 지방자치

등 돌리는 TK "부동산 시장도 고사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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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4월 1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을 찾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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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 중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한 것을 놓고 여권에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이 떠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에서 두 달 만에 지지율이 반 토막 나자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에게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19%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리적 저항선인 20%가 무너진 가운데 TK 여론조사 결과가 더 큰 충격을 줬다. TK에서 국정 지지율은 8월 말까지만 해도 37%를 기록했지만 이번 발표에선 18%로 전국 지지율보다도 낮게 나왔다. 이 지역 민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는 뜻이다.

TK 민심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엇갈린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이 지역 지지율은 전주 26%에서 18%로 급락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46%에서 53%로 오히려 높아졌다. 이 같은 지지율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여당보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구 중구의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울에만 초점을 맞춰 추진되다 보니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대구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고사 직전에 있다"며 "지방은 차별화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살려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의 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도 "강화된 대출 규제를 서울과 똑같이 적용하면 대구 같은 곳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수가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지방 경기 활성화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보여주듯 대구 아파트 가격은 50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보다 0.01% 상승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8% 올랐다. 반면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하락하며 50주째 떨어졌다. 대구의 미분양 주택이 좀처럼 해소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의 미분양 공동주택은 9월 말 기준 8864가구로 전국 미분양 공동주택(6만6776가구)의 13.2%를 차지한다. 전국적으로는 경기(9521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TK 현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대구에 본사를 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줬지만 대통령이 TK 신공항 건설 등 지역 현안 사업을 확실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없었다"며 "지금까지 TK에서 뚜렷이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계속 불거지는 것에도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거대 야권의 강력한 압박에 힘을 합쳐 맞서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대구시의원은 "만나는 주민들마다 저러다 또 당 대표가 쫓겨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마음을 하나로 모아 싸워도 시원찮을 판에 당내 내부 갈등만 표출되니 지지자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까지 이어지는 점도 지지율 반등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경북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TK 민심은 등을 돌렸다"며 "명태균 씨 논란 이후 윤석열 정부에 등을 돌린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소속 지역 의원들은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면서도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대구 달성이 지역구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TK에서 지지율 20%가 무너진 이유가 무엇인지 묻자 "전 국민이 느끼는 공통 변수가 함께 작용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저희가 그에 맞는 답을 내놓고 열심히 하면 지켜보는 국민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싸우다가 초가삼간 다 태우겠으니 양쪽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는 국민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까지 제대로 고려됐으면 지지율이 15%까지 내려갔을 것"이라며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 여권이 뭉쳐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이 필요할 정도"라고 위기의식을 나타냈다.

[대구 우성덕 기자 / 서울 김명환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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