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가자 북부에 완충지대 조성 목적"
이란 대통령 "휴전 땐 우리 대응에도 영향"
3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의 건물들 잔해 속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물을 찾기 위해 주변을 훑고 있다. 베이트라히야=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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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또다시 공습해 30여 명이 숨졌다. 최근 휴전 협상 재개 국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도 높은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맞보복에 대한 대응 수위를 고민 중인 이란 대통령은 “학살을 멈춘다면 우리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휴전을 거듭 촉구했다.
영국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의료진은 이날 새벽부터 가자 전역에 대한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최소 3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13명이 베이트라히야, 자발리아 등 가자 북부에서 나왔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가 레이철 커밍스는 “우리는 지금 가자 북부에서 종말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난민촌이 있는 자발리아에 집중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며 해당 지역 피란민을 몰아낸 뒤 완충지대를 조성하려는 게 이스라엘군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에서도 어린이 4명을 포함, 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권 알자지라방송은 “3일 가자 사망자는 35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휴전 수용’을 요구했다. 이날 내각회의에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휴전을 받아들이고 학살을 멈추다면 우리의 대응 방식과 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들(이스라엘)은 이란에 실수를 저지르면 이가 부러질 정도의 반응을 마주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는 언급에 뒤이어 내놓은 말이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이자 압박이지만, 결국은 이란이 빠진 딜레마를 방증하는 것이다. ‘저항의 축’(반미 반이스라엘 동맹) 지도부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지난달 1일 이스라엘에 약 200기의 미사일을 발사하자, 이스라엘은 맞보복으로 같은 달 26일 이란 미사일 생산 시설과 방공 체계를 파괴했다. 이란으로선 고강도 재보복을 포함한 여러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한 상태지만, 이스라엘과의 전면전만큼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휴전안 수용이 이란에는 최선의 출구 전략이라는 얘기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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