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8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무면허 운전자 20대 여성 A 씨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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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무면허로 운전하다 차량 7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역주행한 20대 여성이 4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30분부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지난 2일 오후 1시39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 입구 사거리에서 강남역 12번 출구로 향하는 테헤란로에서 차량 7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역주행한 혐의를 받는다. 자동차 7대를 들이받은 그는 역주행해 오토바이 1대와 부딪혔다. A 씨는 또 오후 1시쯤 송파구 거여동 한 이면도로에서 아이를 태운 채 유모차를 밀던 여성 치고 달아나던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두 사고 모두 사망자는 없었지만 유모차에 타고 있던 남아를 비롯해 총 11명이 경상을 입었다. 놀라운 건 A 씨가 면허를 취득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환각이나 음주도 아닌 상태에서 무면허로 큰 사고를 냈다. 그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택시를 타고 가라'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차를 운전해 송파구 거여동 어머니 집에서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사고 이전에도 여러 차례 어머니 차를 운전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무면허 운전과 관련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한 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신경안정제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효과를 낸다”며 “환각을 일으키거나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즉 되레 안정적인 기분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A 씨가 어떤 이유에서 신경안정제를 복용한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문의는 “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신경안정제 투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마치 폭발하듯 특정 상태에서 분노를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경찰은 ‘약물 운전 여부’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 씨의 혈액 등을 검사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불면증으로 약을 처방 받아 복용 중이었다고 진술했다”며 “환과 약 처방 등 관련 부분들을 수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40분쯤 처음 모습을 드러낸 A 씨는 '사고 내고 왜 도주했나', '신경안정제 복용한 게 맞나', '피해자들에게 할 말 없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원으로 들어갔다. 또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반성조차 없었다. 다만 그는 혐의는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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