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서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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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예산국회'가 닻을 올린 가운데 관가에선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지난해보다 험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야 강대강 대치 속 이미 정쟁화된 예산 사업이 상당수고,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될 세법개정안을 두고도 야당이 '부자감세'라고 잔뜩 벼르고 있다. 올해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기한(12월2일) 내 국회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단 관측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약 677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대독했다.
박근혜정부 이후 현직 대통령이 매년 국회를 방문해 시정연설을 했지만 올해는 윤 대통령이 불참하고 한 총리가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11년 만의 '총리 대독' 예산안 시정연설이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 녹취록 공개를 둘러싼 여야의 정면충돌 영향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반발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에 대한 무시이자 모독"이라며 "여전히 불통의 정치, 마이웨이 정치를 하겠다는 '불통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으로 정국이 더 얼어붙으면서 내년 예산안 심사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장 여야는 오는 7∼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예산 심사 방향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예산 삭감과 증액 대상을 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예산을 삭감 1순위에 올렸다.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지역 순회 민생토론회를 통해 각종 정책과제 추진 방침을 밝혔는데 민주당은 이를 선심성 사업으로 규정하며 해당 사업을 뒷받침할 예산 편성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7900억원이 편성된 '마음 건강 지원사업'과 3500억원이 책정된 '개 식용 금지 관련 예산'을 '김건희표 예산'으로 규정하며 전액 삭감할 태세다. 여기에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에 대한 '칼질'도 예고한 상태다.
감액한 예산은 '이재명표 예산' 증액에 활용하겠단 게 민주당 생각이다. 지역화폐 예산과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이 대표적이다. 내년도 예산안과 연동되는 세법개정안 처리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는 내년도 세입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세법개정안을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예산안과 연동해 같이 논의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큰 산 하나를 넘긴 했지만 세법개정안 처리까지는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이란 또다른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평가(20% 가산)는 없앨 방침이다. 자녀공제는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민주당은 최대주주 할증 폐지 및 최고세율 인하를 정부의 대표적 부자감세 정책으로 꼽으며 반발하고 있다. 자녀공제 상향과 관련해선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녀공제가 아닌 일괄공제 및 배우자공제를 상향해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낮춰야 한단 입장이다.
정부 내에서 올해 예산안 국회 심사가 특히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기한(12월2일) 내 처리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0)에 가깝다는 평가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이같은 점을 의식해 내년도 예산안이 국민들의 체감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을 통해 국회의 예산안 적시 처리를 당부하며 "정부가 마련한 내년 예산안은 민생 지원을 최우선에 두고 미래 도약을 위한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에 중점을 둬 편성했다. 내년 예산이 적기에 집행돼 국민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법정시한 내에 예산안을 확정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이밖에, 민주당은 예산안 부수법안 자동부의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예산안 심사 법정기한까지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정부 예산안 원안 및 예산 부수법안(세법개정안)이 12월2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데, 야당은 예산부수법안 자동부의제도를 없애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예산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늦게 처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민생에 최우선 초점을 맞추고 편성된 정부 예산안이 하루 빨리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소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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