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서 대치동까지…유명 학원 좇는 경쟁심리
"대치동 학원 보내야 안심하게 하는 마케팅 영향"
지난 2일 오후 10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입구사거리 인근 학원가 모습. 자녀를 데리러온 학부모의 '라이딩' 차량들이 인도변 2개 차로에 줄지어 정차해 있다.ⓒ 뉴스1 남해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남해인 김예원 기자 = "여기 '○○○○'라고, 유명한 학원이 있거든요. 인천 송도에서 왕복 3시간 정도 '라이딩'해요. 끝나고 다시 태우러 와야 하니까 근처 카페나 쇼핑몰 같은 데 주차하고 기다려요."
지난 3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의 한 카페 앞에 주차를 마친 이 모 씨(50)의 말이다. 그는 고등학생 자녀가 학원 수업을 끝내고 나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릴 예정이다. 이날 대치동 학원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용 마지막 특강이 일제히 진행됐다.
유명 학원들이 몰려있는 대치동 은마사거리 인근 카페들은 다음 수업 시간을 기다리며 숙제하는 학생들과 자녀를 태우고 온 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대기하는 '라이딩족(族)' 학부모들로 만석이었다.
밤 10시, 학원이 문을 닫는 시간이 되자 대치동 거리는 한낮보다 더 북적이는 불야성을 이뤘다. 수십 대의 라이딩 차들이 한티역부터 은마아파트 입구 사거리를 지나 대치 우성아파트사거리까지 인도 변 2개 차로에 줄지어 정차했다. 버스정류장 앞도 예외는 없었다. 빠져나가려는 차량과 대기하려는 차들이 엉켜 금세 도로가 꽉 막혔고, '빵빵' 경적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도로가 정상을 찾기까지는 약 40분이 걸렸다.
5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라이딩'은 학부모가 직접 자녀의 학원 일정에 맞게 자녀를 자차로 태우고 다니는 사교육계 문화다. 최근 한 배우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학원 라이딩을 다니며 하루를 보내는 일과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걸어서 대치동과 집을 오갈 수 없거나 대중교통으로 학원까지 30분 이상 걸리면 자녀의 시간 절약과 체력 확보를 위해 학부모들은 라이딩에 나선다. 서울뿐만 아니라 김포, 부천, 인천 등 서울 주변 수도권에서 다니는 경우가 많다. 대치동 학원가 도로 위가 조용한 시기는 고3 수업이 종강한 수능 직전 주 뿐이다.
대치동에서 이런 라이딩 전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일타강사'(일등 스타강사의 줄임말)들의 '현강'(현장 강의)과 유명 학원의 자료를 확보하려고 하는 경쟁심리 때문이다.
대치동의 한 대형 단과학원에서 수업 운영을 돕는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는 임 모 씨(22)는 "요즘 일부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연예인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직접 수업을 들으면 몰입도가 높다는 말도 있어서 현강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타강사 선생님들이 하는 강의 중에 현강 자료집을 주는 강의들이 있다. 수능이 가까워져 공부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은 이 자료만 받고 바로 귀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에 '대치동 라이딩 주차'를 검색한 화면 갈무리㎡. 대치동 학원가의 주차 가능한 곳, 식당 등을 묻는 학부모 카페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있다. ⓒ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라이딩족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두고 도로 위에서 최소 1~2시간, 길게는 반나절 이상을 보낸다. 포털사이트에 '대치동 라이딩'을 검색하면 장시간 주차가 가능한 곳,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기다리기 좋은 카페와 식당 리스트를 공유하는 학부모 카페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명 학원가의 '라이딩' 문화는 우리나라의 과열된 입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입시 정보 싸움 때문에 학교 내신, 수능, 대입 논술을 대비하러 라이딩을 하는 건 대치동에서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목동, 대치동 등 유명 학원가에 살지 않는 학부모들이 이쪽으로 자녀를 보내놔야 안심하고, '이 학원에 들어가 있을 수준인가 보다' 하고 파악하기 때문에 유명 학원들로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학원에서 제공하는 '비법'이나 '자료'라는 것들이 정말 학생에게 더 좋은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학부모들이 혹할 수 있다"며 "대치동에 있는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성과를 본다고 하는 건 학원의 마케팅"이라고 강조했다.
hi_na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