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시행한 주 52시간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 덕에 한국은 최장 근로국가라는 오명을 덜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근로시간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돈다. 우리보다 더 길게 일하는 나라는 콜롬비아, 멕시코 등 중남미 4개국과 이스라엘 정도뿐이다. 그러나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는 주 52시간제의 틀을 바꾸자는 게 아니다. 다만 반도체 R&D라는 특정 분야에 한해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금융, 연구개발 분야의 고소득·전문직 근로자에 한해 근로시간 예외를 인정한다. 우리도 이를 준용하면 될 것이다.
반도체는 국가대항전 양상이다.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패권을 놓고 사생결단의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대만은 파운드리(수탁생산) 세계 1위 TSMC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일본은 왕년의 영광을 되찾으려 애쓰고 있다. 그 와중에 한때 반도체 최강자로 군림하던 인텔이 다우존스 지수 30개 종목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고, 그 자리를 엔비디아가 꿰찼다. 반도체 시장이 요동을 치는 것에 비하면 한국은 한가롭기 짝이 없다. 해외에선 일상이 된 직접 보조금도 주지 않는다. ‘메모리 최강국’이란 타이틀이 무색하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반도체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한다. 법안에 직접 보조금 근거 규정과 ‘화이트칼라 면제 제도’ 조항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연근무제에 부정적이지만 국가안보 자산인 반도체의 특수성을 깊이 고려해주기 바란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이공계 인재도 부족한 판에 그나마 있는 인력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선 경쟁력을 키우기는커녕 유지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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