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대성. 사진=연합뉴스 |
개인적인 분풀이를 위해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박대성(30)이 첫 재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피해자 측은 박 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김용규)는 5일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대성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박 씨는 지난 9월 26일 오전 0시 42분쯤 전남 순천시 조례동의 한 도로변에서 길을 걷던 A 양의 뒤를 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박 씨는 범행 이후 흉기를 소지한 채 2차 살해를 목적으로 홀로 영업장을 운영하던 여성들만 골라 살인을 시도하려 했다. 그는 흉기를 숨긴 채 술집에 들려 맥주를 시키거나 노래방을 찾아 업주를 방으로 부르는 등 2회에 걸쳐 살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검사 측 공소 사실에 대해 박 씨 측 변호인은 일부 혐의만 인정했다. 박 씨 측 변호인은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 “다만 살인예비 혐의와 관련해선 2차 살인을 목적으로 대상을 물색했는지 부분은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박 씨가 범행 후 흉기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에 검사 측에서는 살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봤지만 박 씨 측은 이를 부정한 것이다.
재판부가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살인예비 혐의에 대해 “알지 못한다. 기억이 안 난다. 변호인과 상의하고 진술하겠다”는 취지로 답한 게 맞냐고 박 씨에게 묻자 박 씨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피해자 측 변호인은 박 씨에게 엄중한 처벌을 통해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며 “피해자의 지인들로 보이는 친구들도 엄중처벌 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11월 26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박 씨를 두고 “반사회적인 판타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지난 10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대성 사건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들이 너무 많다”고 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먼저 ‘소주를 네 병 정도 마셔서 범행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박대성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목격자가 나타난 반대 방향으로, 즉 합리적으로 도주하는 건 인사불성 상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 해코지해야겠다는 무차별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다치면 본인도 놀라서 도주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며 “그런데 이 사건은 여러 번 공격하는 과정이 있었다. 기억이 안 나고, 인사불성이 된 사람의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박대성의 과거 폭력 전과와 문신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문신을 목에, 그것도 정면에 하지는 않는다”며 “보는 사람에게 공포를 유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종합했을 때 박대성은 이전에도 폭력적인 캐릭터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언급했다.
범행 직후 박대성이 웃는 장면이 방범카메라(CCTV)에 포착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끔찍하다”며 했다. 그는 박대성이 범행 후 맨발로 돌아다닌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필요한 건 다 버린 것”이라며 “신발도 버리고, 칼도 버리고, 혈혈단신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도주했다”고 말했다. 이는 박대성의 성격이 ‘나쁜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제지’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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