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 북한강에 30대 여성의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 30대 후반의 현역 육군 중령이 5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료 여성 군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구속됐다.

5일 춘천지법 박성민 영장 전담 판사는 현직 육군 소령인 A(38)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A씨는 이날 오전 10시 45분쯤 검은색 마스크에 모자를 눌러쓴 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섰다.

“피해자와 무슨 관계냐” “화천에 왜 유기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A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유족이나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는 질문에도 침묵했다.

A씨는 중령 진급을 앞둔 현직 소령으로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과천시 한 군부대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 안에서 B(33)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B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B씨는 A씨와 같은 부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임기제 군무원이었다. 임기제 군무원은 군부대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으로 B씨의 계약기간은 10월 말까지였다.

A씨는 범행 직후 옷으로 B씨의 시신을 덮어 차량에 방치했으며, 같은 날 오후 9시쯤 부대 인근 공사장에서 B씨의 시신을 훼손했다. A씨는 B씨의 시신을 비닐봉투에 나눠 담은 뒤 다음날인 26일 오후 9시 41분쯤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버렸다.

A씨의 범행은 잔인했다. A씨는 B씨의 시체가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이 담긴 비닐봉투에 돌덩이를 함께 넣었으며, 시신을 훼손할 때 쓴 도구들은 북한강 곳곳에 버렸다.

A씨는 특히 B씨가 무단결근할 경우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범행 후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대 측에 “퇴직 날까지 휴가처리를 부탁한다”며 메시지를 보내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하기도 했다.

A씨의 범행은 지난 2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체육관 인근 북한강에서 다리로 추정되는 시신 일부가 떠올랐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되며 드러났다. 경찰은 다음날인 3일 서울 강남구 일원역 지하차도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정성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