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에서 한국금융학회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 축사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성장과 금융안정 간 상충 우려에 대한 고려가 과거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 우리나라 가계·기업 금융의 과제'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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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민간 신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생산성이 저하되고 소비를 제약하는 등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를 인용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 등 민간부채는 2023년말 기준 GDP의 206.5%로 2배가 넘어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부동산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거론하며 가계대출의 74%가 주택관련 대출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을 보더라도,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의 비중이 80%에 달해 37% 수준인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기업 대출 역시 부동산 쏠림이 상당히 커졌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부문에 장기간 자금이 유입되면서 2010년말 GDP대비 9%였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에는 24%까지 늘었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인하 시점을 실기했다’는 일부 비판을 거듭 반박했다.
그는 “현재 우리 상황을 미뤄볼 때 (당시에는) 금리 인하를 미루고 거시건전성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주춤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0년간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장기적 문제를 등한시하고 단기적 경기 부양에만 집중한 데 따른 부정적 효과가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한국형 뉴 리츠(REITs)’ 아이디어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이 그동안 다뤄온 구조개혁 보고서 시리즈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이어 “리츠를 활용해 주거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이 아닌 민간 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가계부채 누증을 완화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리츠를 통한 주택금융은 가계의 자산과 부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적 변화”라며 “가계가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하기보다 적절한 비용으로 주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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