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김현재 회장… '기획부동산' 원조 격
과거 법인명 사용, '돌려막기' 수법도 같아
"처벌보다 이득 커 범행 유인 높아" 지적
임정완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2계장이 5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토지보상사업 빙자 부동산 투자 사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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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로 원금 이상의 수익을 되돌려 준다고 속여 투자자들로부터 5,300억 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의 총책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서 '기획부동산'을 시도한 '원조'로 불리는 인물로, 이미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쳐 실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특별한 수익이 없는데도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투자금을 불려 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5,281억 원 상당을 빼돌린 부동산 투자플랫폼 업체 '케이삼흥' 관계자 22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및 유사수신 행위 규제법, 방문판매법 위반 등 혐의로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이 중 김현재 회장과 대표, 부대표 3명은 구속 송치됐으며, 토지와 건물 등 범죄 수익 142억 원가량은 기소 전 몰수 보전됐다.
"수익 내 돌려주겠다" 5000억 가로챈 폰지사기
지난해 11월 전남 영암향교에서 김현재 케이삼흥그룹 회장의 공적비 제막식이 열린 가운데 김 회장이 공적비 설립 소감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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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케이삼흥은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 업체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양도해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꼬드겼다. "토지 보상사업으로 80~250%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원금을 보장하고 투자금의 5~8%를 수익금으로 돌려주겠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들이 매입한 토지 대부분은 보상 일자나 금액을 알 수 없었고, 심지어 개발 사업 대상이 아닌 곳도 있었다. 2021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피해자 수는 2,209명에 달했으며, 50억 원 이상 피해를 입은 이들이 8명이나 됐다. 83억 원을 투자한 피해자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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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고 "재산 1,500억 원을 회사에 입금할 수 있다"고 속이며 법인 재정이 탄탄한 것처럼 꾸몄다. 또 고향에 기부금이나 공적비를 지원하고 이를 기반으로 언론 인터뷰를 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샀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이 사업은 전형적인 '폰지사기(돌려막기)' 형태로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끌어다 기존 투자자들의 원금과 수익금을 메꿨다. 남은 투자금으로는 법인 차량을 구매하거나 직원들의 인센티브로 지급했다.
업체 운영 방식은 다단계 판매 조직과 유사했다. 각 지사에 지사장, 상무, 이사, 본부장 등을 두고, 직급별로 투자유치 수익금을 지급했다. 상위 직급은 투자자들을 유치하지 않아도 각 본부나 지사의 수익 0.2~0.35%를 줬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유명 정보기술(IT) 기업 출신 인공지능(AI) 개발자들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거짓 홍보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동일 수법 사기... "처벌보다 이득 높기 때문"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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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인물은 18년 만에 다시 등장한 주범 격인 김현재 회장이다. 그는 전과 39범으로, 이 중 사기 전과만 22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땅의 용도를 속여 다수의 투자자에게 쪼개 팔아 넘기는 수법의 이른바 '기획부동산 사기'를 한국에 처음 퍼뜨린 장본인으로 통한다. 1990년대 후반 기획부동산 사업을 시작해 삼흥그룹을 이끌다가 2007년 대법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과 벌금 81억 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 회장은 개발이 어렵거나 경제적 가치가 없는 토지를 개발 가능한 용지로 속여 매매 대금을 가로채 투자자들로부터 74억 원 상당을 뜯어내고 계열사 돈 245억 원을 횡령했다. 이번엔 삼흥이란 법인명 앞에 '케이'만 붙인 걸 빼면 다단계 방식의 투자자 모집 등 수법이 18년 전과 똑같다.
사기 범죄자의 경우 유사 수법으로 다시 범죄를 시도하는 일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올해 5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부터 6년간 확정된 사기 범죄 판결문 2,061건을 분석한 결과 사기범 가운데 전과가 있는 비율은 67.5%에 달했으며 이 중 동종 전과(46.1%)는 절반 가까이 됐다. 또 사기 반복 범죄의 경우 동일 수법·내용인 경우(1,168건)가 다른 수법·내용인 경우(388건)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동일 피해자를 대상으로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경우도 약 40%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기 범죄의 주된 원인으로 '낮은 형량'을 짚었다. 발각되더라도 처벌보다 이득이 크다는 점이 범행 동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기로 큰 수익을 얻은 경험이 있는 범죄자들의 경우 동일한 방법을 재사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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