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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얽히고설킨 복합민원 걱정 마세요…베테랑 공무원들이 한곳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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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새빛민원실’

경향신문

지난달 31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수원시청 1층 새빛민원실 앞에서 오장석 혁신민원과 시민청팀장(왼쪽)과 임수정 베테랑 팀장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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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건축 등 9명 협업 통해 여러 부서 ‘업무 핑퐁’ 없애
시민 만족도 조사서 ‘94점’…올해 전국 35곳서 벤치마킹

“다른 소유자들이 전기요금을 안 내서 상가건물 전체의 전기가 다 끊긴다네요. 해결 방법이 없을까요.”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상가건물에 입주한 소상공인 A씨는 수원시에 이런 민원을 제출했다. 대부분의 민원이 그렇듯 처음에는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기요금을 담당하는 건 한국전력의 업무여서 시의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으로 ‘시장님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는 민원을 재차 제기했다. 이 내용은 복합민원을 주로 처리하는 수원시의 ‘새빛민원실’에 전달됐다.

새빛민원실은 수원시의 ‘권한 없음’에 집중하는 대신 한전과 소상공인을 중재하는 쪽을 택했다. 우선 소상공인들을 모아 대표권을 가진 관리단장을 선출했다. 이후 관리단장의 주도 아래 체납 전기요금의 일부를 냈다. 이후 더 연체되는 전기요금이 없도록 관리하게 했다.

최종적으로는 밀린 전기요금 4500여만원을 3회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방안을 제시해 단전 조치를 잠정적으로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A씨는 “5개월 동안 방법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원을 넣었다”며 “담당 업무가 아니라고 무시하지 않고 내 일처럼 맡아준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5일 수원시에 따르면 수원시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복합민원 처리, 민원의 대기 시간 단축 등 ‘민원 혁신’을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새빛민원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단일 부서 민원은 기존 방식대로 담당자가 조치하지만, 여러 부서가 걸쳐 있는 복합민원은 새빛민원실에 접수된다.

새빛민원실의 민원 응대는 원스톱 서비스로 이뤄진다. 시민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인 ‘핑퐁 민원’(부서 간 떠넘기기)을 막기 위한 것이다. 여러 부서에 걸쳐 있는 복잡한 민원이 들어오면 새빛민원실에서는 각 부서에 관련 내용을 직접 확인한다.

담당 부서가 불분명한 민원이라면 직접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앞선 A씨의 경우 역시 새빛민원실에서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은 사례 중 하나다.

원스톱 서비스를 시행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담당자들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수원시는 ‘베테랑 팀장’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새빛민원실 소속 담당자들은 모두 20년 이상 근무한 ‘팀장급’으로 시 업무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

현재 새빛민원실에는 행정 2명, 토목 3명, 건축 2명, 환경 1명, 사회복지 1명 등 총 9명의 베테랑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A씨 민원을 담당했던 임수정 베테랑 팀장은 “규정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업무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면 실제로 되는 사례도 많다”면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팀장들이 실무를 담당했을 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통상 지자체의 민원 담당 부서는 기피 부서로 여겨진다. 업무가 고된 것에 비해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아 승진이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수원시는 베테랑 팀장들에게 ‘인사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소했다.

수원시는 공공기관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보다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인테리어도 개선했다. 공무원이 민원을 처리하는 동안 민원인들이 쉴 수 있도록 온실 정원이 있는 깔끔한 카페 분위기로 디자인했다.

수원시는 새빛민원실을 도입한 이후 민원 처리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원시정연구원이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민원 서비스를 이용한 민원인 4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원 품질 종합 점수는 100점 만점에 94.53점으로 나타났다.

오장석 수원시 혁신민원과 시민청팀장은 “새빛민원실 편제 이후 민원인들의 만족도가 상승했다”면서 “올해에만 35개 기관이 찾는 등 타 기관에서 새빛민원실을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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