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직후 당분간 한국 경제는 ‘혼돈의 시간’에 들어간다. 선거에 앞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각각 미국에 짓는 반도체·전기차 공장에 보조금을 주거나(해리스), 수입품 관세율을 올리는(트럼프) 등 정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선거 결과 확정은 물론이고 취임(내년 1월 20일)까지 시일이 걸린다. 보조금과 관세 정책이 바뀐다 하더라도 당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달러당 원화 가치가 1400원에 육박할 정도로 위험수위에 이른 환율이 관건이다.
실제로 최근 환율은 미국 대선 소식에 따라 요동쳤다. 달러당 원화 가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 이후 지난달 1300원대 초반까지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가 경합주에서 상승세를 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5일 장중 1390원대까지 떨어졌다(환율 상승). 석 달여 만에 최저치다. 다시 막판에 해리스가 약진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1370원대로 오르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크게 보면 해리스 당선 시 ‘약(弱)달러’, 트럼프 당선 시 ‘강(强)달러’ 추세일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는 바이든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만큼 국채 금리 안정을 추구할 전망이다. 달러 약세 요인이다. 반면 트럼프는 대규모 국채 발행, 관세 부과, 금리 인하 지연 등을 추진한다. 달러값이 오를 수 있다. 진옥희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을 해리스 당선 시 1310~1400원, 트럼프 당선 시 1350~1450원대로 전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당선 확정 시 환율 1400원 ‘저항선’을 뚫을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트럼프 당선에)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가져갈 경우 그런 경향이 더 셀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접전 끝에 트럼프가 지더라도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등 변수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 향방을 가를 변수가 하나 더 있다. Fed가 6~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이 99%다. 한은은 28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말로 갈수록 수출·내수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시험대에 올랐다”며 “환율 1400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외환 시장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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