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도권 집값이 치솟으며 향후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자 시장에 강력한 공급 신호를 주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5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신규 택지 후보지로 ▶서울 서초구 원지·우면동 일대 서리풀지구 ▶경기도 고양시 대곡역세권 ▶의왕시 오전·왕곡동 ▶의정부시 신곡·용현동 일대 4곳을 발표했다. 서울 핵심지인 서초구를 비롯해 서울에서 10㎞ 이내 지역들로 총 689만㎡(208만 평) 규모다.
그린벨트를 해제한 이 지역에 아파트를 지어 각기 서울에 2만 가구, 경기도 일대에 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신규 택지에 대해 행정절차를 최대한 단축해 2026년 상반기 공공주택지구 지정, 5년 뒤인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민이 선호할 만한 지역에 대규모 택지를 공급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재건축이 원활히 이뤄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달 말 1기 신도시 재건축 시범사업지인 선도지구 발표를 준비 중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서울은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강남 생활권인 서초 서리풀지구가 낙점됐다. 서초구 원지동·신원동·염곡동·내곡동·우면동 일대(221만㎡·67만 평)에 2만 가구급 ‘미니 신도시’가 들어서게 됐다.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앞서 그린벨트를 해제했던 자곡동·세곡동·율현동 바로 인근이기도 하다. 박 장관은 “신분당선(청계산입구역)과 GTX-C(양재역) 등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근처에 양재·판교 등 업무지구도 있어 첨단산업·주거 복합공간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
서초 2만가구 중 1.1만은 신혼부부 장기전세… “저출산 대책 연계”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시 용적률을 250%까지 높일 수 있고, 추가 상향도 가능한 만큼 역세권 고밀 개발을 통해 이 지역에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리풀지구를 가로지르고 있는 신분당선에 추가 역 신설도 검토한다.
특히 정부는 이 지역에 공급할 2만 가구 중 절반 이상(55%·1.1만 가구)을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Ⅱ(미리 내 집)’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주택 공급 방안으로, 신혼부부가 거주하다 아이를 낳으면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고 2자녀 이상 출산 때는 20년 후 시세보다 80~90%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
김영옥 기자 |
경기권에선 고양시 대곡·화정동 역세권(9400가구)과 의왕시 오전·왕곡동(1만4000가구), 의정부시 신곡·용현동(7000가구) 일대가 선정됐다. 국토부는 이들 지역에 대해 “이미 훼손돼 환경적 보전가치가 낮고, 공장·창고 등이 난립해 난개발이 발생 중이거나 우려되는 지역”이라며 “계획적·체계적 개발이 필요한 곳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고양 대곡 역세권은 덕양구 내곡동·대장동·화정동·토당동·주교동 일대로, 동쪽으로 고양 화정지구와 맞닿아 있다.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교통 요충지로 개발 압력이 높은 점이 작용했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자족시설과 업무시설을 배치해 지식융합단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의왕 오전·왕곡지구는 경수대로·과천봉담 간 도시고속화도로에 가까운 부지로 산업 기능 유치 잠재력이 높다는 설명이다. 인근 과천지식정보타운 등과 연계해 의료·바이오 산업 유치에 유리해 자족 기능을 확보하면 향후 수도권 남부의 새로운 직주 근접 주거지를 조성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의정부 용현지구는 양호한 입지 여건에도 군부대로 인해 오랫동안 개발되지 못한 곳이다. 주변에 개발 중인 법조타운과 기존 도심 등을 연계해 통합생활권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이동환 고양시장, 김성재 의왕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신규 택지 지정을 환영하면서도 ‘베드타운’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기업 등이 입주할 수 있게 기반시설 등이 충분히 확충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땅 투기 방지 대책도 마련=국토부는 이날 신규 택지 및 주변 지역에 대해 즉각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해 투기성 토지거래 등을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또 이번 발표로 미공개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토부(6374명)·사업제안자(8901명) 전 직원 및 업무 관련자의 직계존비속을 대상으로 발표지구 내 토지 소유 현황을 전수조사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명이 후보지 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매수 시점 등을 고려할 때 투기 개연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백민정·문희철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