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6 (수)

[르포]'해리스냐, 트럼프냐' 막 오른 美 대선…선거 후폭풍 트라우마에 숨죽인 미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美 선택 2024]

"새 챕터 열어야" vs "이민 막고 경제 살려야"

美 유권자, 기대·희망과 우려 교차

초박빙 접전 속 선거 후폭풍 트라우마도

"해리스가 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보여준 성과가 만족스럽진 않아요. 하지만 트럼프 당선을 막고 미국이 새 챕터(chapter·장)를 열기 위해선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불법이민의 홍수를 막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적임자는 트럼프뿐입니다".

아시아경제

미국의 47대 대통령 선거일인 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포트리 커뮤니티 센터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저지=권해영 특파원


미국의 47대 대통령 선거일인 5일(현지시간) 투표소가 마련된 뉴저지주(州) 버겐 카운티 포트리 커뮤니티 센터. 이날 오전 8시 찾은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가 상당수 진행돼 투표하기 위한 대기줄이 길지는 않았지만,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은 끊이지 않았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투표소를 방문하는 유권자들은 더욱 늘었다. 또 다른 투표소가 설치된 포트리 뮤지엄에서는 오후 1시께 20여명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다.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는 인근 뉴욕시와 마찬가지로 친민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주를 이룬다. 이날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 대부분은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염원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40대 여성 메건 씨는 "트럼프는 인종주의자에 여성의 생식권(낙태) 보장에도 부정적"이라며 "다양성, 인권 등 미국이 지켜야 할 가치를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트럼프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바이든·해리스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보다는,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낳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을 토로한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뉴욕시에 거주하는 30대의 프레드 맥널티 씨는 "트럼프의 혼란스러운 외교 정책은 독재자와 권위주의자를 부추겼다"며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하는 동시에 이스라엘·가자 전쟁과 북핵 문제와 관련해 더욱 외교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이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힌 유권자도 만날 수 있었다. 포트리에 거주하는 이민자 출신의 60대 펜토 씨는 "나도 이민자 출신이지만 합법적인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왔다"며 "불법이민이 범죄, 세금 부담 등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국경 장벽을 높여 불법이민을 막겠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미국의 47대 대통령 선거일인 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포트리 커뮤니티 센터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저지=권해영 특파원


현재 미 대선은 두 후보가 초접전을 펼치고 있어 막판까지도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대혼전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미 동부시간 이날 오전 0시 대선 본투표를 가장 먼저 시작한 뉴햄프셔주 북부의 작은 산간 마을 딕스빌 노치에서는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3표를 얻어 동률을 기록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 역시 선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이날 포트리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온 40대의 한국계 미국인 에이미 씨는 "해리스가 승리하길 바라지만 누가 이길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며 "선거가 끝난 후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트럼프가 우세한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해리스가 트럼프 표밭인 아이오와에서 선전하고, 숨은 트럼프 지지자 못지않게 보수적인 백인 남성 부인 중 조용히 해리스를 지지하는 '히든 해리스'가 적잖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합주에서 두 후보 지지율이 초박빙인 데다 변수가 많아 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분된 가운데 선거까지 초접전으로 흐르면서 선거 후폭풍에 대한 미국인들의 트라우마 역시 컸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까지도 2020년 백악관을 떠나선 안 됐다고 말하는 등 대선 패배 시 불복 명분을 쌓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권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맥널티 씨는 "2020년 선거 결과에 대한 트럼프의 불복 선언은 1·6 의회 난입과 폭력적인 쿠데타 시도로 이어졌다"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트럼프 당선 시 민주주의가 또다시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본투표가 시작되면서 미국 전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미시간대 제럴드 R. 공공정책 대학원의 자베드 알리 교수는 "선거 결과가 나온 후 선거가 조작됐거나 (표를) 도둑질당했다고 믿는 개인들이 공격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미 당국은 투·개표 시설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개표소에는 금속 펜스가 설치됐고 애리조나주는 치안당국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드론, 저격수를 배치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인 24개 주는 워싱턴D.C.에서 요청이 있을 경우 주방위군을 파견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일까지 유권자에게 투표권 행사를 호소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우리를 분열시키는 이 시대에 지쳐 있다"며 "우리는 우리를 갈라놓는 것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리더십은 사람들을 질책하고 깎아내리는 것이 아닌 공통점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승리를 자신하며 지지층에 투표를 호소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오늘 선거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다 함께 엄청난 승리를 거두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꼭 투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대선 본투표는 뉴욕, 버지니아 등 주요 주에서 오전 6시부터 시작됐다. 오후 7시부터 경합주 조지아를 비롯해 7개 주가 투표 종료와 함께 순차적으로 개표에 착수한다. 이번 대선 유권자는 2억4400만명으로 2020년 투표율인 66.6% 기준으로 추산하면 약 1억6200만명이 투표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