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주 이사 첫날 묵었던 호텔서 당선 연설
한국계 최초로 미국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42·민주) 당선인이 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체리힐의 더블트리 호텔에서 진행된 회견에서 당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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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인 앤디 김 미 연방 하원의원(민주·뉴저지)이 재미교포 역사 120년 만에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37년 전 뉴저지주에 처음 이사 왔을 때 묵었던 호텔에서 당선 연설을 하면서 “새로운 정치의 시대”를 선언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 김 당선인은 경쟁자인 커티스 바쇼 공화당 후보를 득표율에서 8%포인트 넘는 격차로 따돌리고 연방 상원에 선출됐다. 이로써 첫 한국계 연방 상원의원이자, 뉴저지주의 첫 아시아계 상원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는 당선이 확정된 후 뉴저지주 체리힐의 더블트리호텔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연설에서 “역사상 미국인으로 불린 약 6억명 중 약 2000명만이 이 일을 맡는 영광을 얻었고, 재미교포 역사 120여년 만에 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치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고 구태의연함은 끝났다”면서 “우리는 단순히 선거 캠페인을 펼친 게 아니라 망가진 정치를 고치는 운동을 만들어냈다. 선거일은 결승선이 아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호텔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김 당선인은 “37년 전, 5세 때 우리 가족이 처음 뉴저지주로 이사 왔을 때 이 호텔에서 몇 주간 묵었다. 뉴저지주에서 나의 첫 밤을 이 호텔에서 보냈고, 내 인생에서 강렬한 기억 중 일부가 이곳에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과 가족에게 감사드리고, 나와 같은 한 소년에게 꿈을 꿀 기회를 준 이 주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민 2세대인 김 당선인의 성장 과정은 이민의 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1982년 유전공학 박사인 부친과 간호사 모친 사이에서 태어났다. 특히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김정한 씨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에서 수학한 후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에 몰두하며 평생을 바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김 당선인은 시카고대를 졸업하고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스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09년 중동 전문가로 미 국무부에 재직했고, 2011년엔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현지 주둔 미군 사령관 참모로 일했다. 그는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도 근무했다. 36세인 2018년에 선거에 출마해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내리 3선을 지냈다.
지난해 9월 뉴저지 출신의 현역 상원의원인 밥 메넨데스 의원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다음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격적으로 상원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뉴저지주는 지난 1972년 이후 민주당 후보가 줄곧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우세지역이다.
그는 반듯하고 품격있는 모습으로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2021년 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 난장판이 된 의사당 건물 내부를 청소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그가 당시 입었던 푸른색 정장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요청으로 기증했다.
상원 선거 토론회에선 경쟁자인 공화당 후보에게 신사적 태도를 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첫 TV 토론회에서 경쟁자인 바쇼 후보가 몸을 비틀거리자 바로 달려가 부축하고 “괜찮냐”고 물었다. 누리꾼들은 “품위 있는 행동을 보여준 예의 바른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NBC는 “많은 유권자가 20년 가까이 메넨데스 전 의원이 재임한 뉴저지주에 출마한 앤디 김을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기회로 받아들였다”면서 “(이번 승리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뉴저지주의 인구 구조도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미 의회 폭동 1주년 맞아 재조명 받는 한국계 앤디 김 하원의원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201071328001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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