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5일 환경노동위원회 국감 출석을 위해 국회 본청에 들어서는 뉴진스 멤버 하니를 사진 촬영하고 있다. 이기인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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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이 되면 열린다. 1988년 이후 37회째다. 800여 개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가 긴장한다. 4,000여 명의 일반인이 증인 및 참고인으로 국회를 방문한다. 국민들은 별 관심 없다.
모두 국정감사 이야기이다. 2024년도 국정감사가 며칠 전 막을 내렸는데, 나름 열심히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했던 나에게도 세 장면만 기억에 남는, 그저 그런 연례행사였다.
#1: 가맹점 갑질 의혹을 받는 피터 곽 아디다스 코리아 대표가 정무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국어가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굳이 영어로 답변하며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그렇다면 나도 영어로 하겠다며 "The problem is your attitude!(문제는 당신 태도야!)"라고 꾸짖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는 당신 태도야!"는 정쟁에만 몰두하느라 민생은 외면한 의원들에게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진짜 문제는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는 의원들의 태도이다.
#2: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직장 내 괴롭힘 문제 관련,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맨 앞줄에서 휴대전화로 하니 '인증샷'을 찍고 따로 하니를 만나고 온 것을 두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졌다. 아이돌 그룹이 겪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 평범한 근로자를 출석시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 방안을 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역시 이번에도 문제는 진지함이 결여된 의원들의 태도이다.
#3: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박상용 검사의 검찰청사 분변 의혹을 몇 의원들이 "쌍디귿" "똥시난뻬이" 등으로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사건의 본질은 검사가 본 것이 대변인지 아니면 토사물인지가 아니라 검사가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조작했느냐 아니냐인데, 국회의원들 간 대화는 '쌍디귿' 문제로 굴절되었다. 역시 문제는 국정감사를 스스로 희화화하는 국회의원들의 태도이다.
이런 행태 때문에 국정감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된다. 정책감사가 아니라 정쟁감사에 그치고, 전문성 부족한 의원이 행정부에 과다하게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제출 자료는 부실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거기다 증인들은 불출석하고 출석하더라도 증언을 거부하거나 위증하고, 충분한 질의 및 답변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국정감사 시행 시기가 본회의랑 겹치고, 20여 일 남짓한 짧은 기간에 800여 개 기관을 감사하는 건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시 감사체제로 전환하고 입법 지원기구를 확대하며 사후처리 및 모니터링 제도를 구축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아예 감사 대상기관을 축소하거나 기간별 격년제로 시행하자는 주장, 증인 채택 기준을 강화하고 질의 시간을 조정하자는 방안도 수년째 지겹도록 제시되고 있다. 국정감사에 대해 이렇게 많은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 나와 있는데도 수십 년째 요동도 하지 않는 국회, 역시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태도이다. 내년 10월에도 국정감사는 다시 열리고, 누군가는 이런 칼럼을 또 쓰게 될 것인가.
정회옥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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