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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사설] 100만 이용자 정보로 돈벌이 메타, '솜방망이' 제재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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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학수(가운데) 위원장 주재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8회 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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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국내 이용자들의 종교, 성 정체성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몰래 수집해서 광고주에게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때문에 21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데, 개인정보 장사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턱없이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 법망을 우습게 여기며 불법적인 영업을 하는 근저엔 허술한 법체계가 있다.

그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메타에 과징금 216억1,300만 원과 과태료 1,02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메타는 페이스북 프로필을 통해 국내 이용자 약 98만 명의 종교관·정치관, 동성과 결혼 여부 등의 정보를 수집해 광고주에게 제공했고 4,000여 광고주가 이를 영업에 활용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상·신념, 정치적 견해,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를 민감 정보로 규정하고 별도 동의를 받아야 예외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메타는 동의나 보호 조치가 없었다.

메타는 2020년에도 330만 명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다른 사업자에게 넘긴 혐의로 6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2022년에는 무단 수집한 개인정보를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혐의로 308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후 정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비슷한 위법행위가 반복되는 건 과징금 액수가 미미한 이유가 커 보인다. 민감한 정보를 제공받은 광고주가 4,000여 곳에 이르는 만큼 부당 수익은 과징금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행법은 해당 기업의 국내 전체 매출에서 3%를 초과하지 않도록 과징금을 제한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

메타는 조사 과정에서 민감 정보 수집을 중단하고, 민감 정보에 해당하는 광고 주제를 파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빈약한 과징금 체제에서 같은 일이 또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 시장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탈법 놀이터이다. 국내 세무조사를 수없이 거부해도 소액의 과태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법인세 납부 의무까지 회피한다. 부당 수익보다 적은 과징금, 과세 금액보다 적은 세무조사 거부 과태료 등의 법체계부터 바꿔야만 ‘호구 국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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