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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시조가 있는 아침] (251) 강가에 버들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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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자효 시인


강가에 버들가지

지덕붕(1804~1872)

강가에 버들가지 천만사(千萬絲) 늘어져도

벗님 이별할 제 그중 한 가지 꺾이더니

지금은 다 모지러져 그를 슬허 하노라

-상산집(商山集)

이별은 아프다

버드나무는 가지를 꺾어 심으면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또 가지가 풍성하다. 그리하여 이별할 때 강가 나루터의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정표로 주곤 하였다. 그런데 천 갈래 만 갈래 늘어져 있던 강가의 버들가지가 이별하는 사람마다 꺾어 마침내 다 부러져 버렸다. 꺾을 가지마저 없는 이별이여, 그것이 슬프다.

조선 말기의 문인 지덕붕보다 700년 선배인 고려 중기의 시인 정지상은 이런 불후의 이별 시를 남겼다.

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 비 갠 강둑엔 푸름이 짙고

송군남포동비가(送君南浦動悲歌) 남포엔 님 보내는 구슬픈 노래

대동강수하시진(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물이 언제 마르리

별누년년첨녹파(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이별 눈물 더하는 것을

- 님을 보내며(送人)

이별은 인생사 큰 고통 중의 하나다. 나도 평생 우정을 나누던 친구에게 영원한 이별의 인사를 하기 위해 지방을 다녀와야 했다. 고통이 많았던 삶이었다. 이별 없는 세상에서 부디 평안하기를···.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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