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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초등생인데 182cm∙100kg… 한국 리틀야구 뜬 '제2의 오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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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석현은 자신을 오타니에 비교한 데 대해 “부담스럽지만 영광”이라고 말했다. 인천=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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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제2의 오타니 쇼헤이’가 있다.”

일본 도쿄스포츠는 최근 한국의 리틀야구 선수를 이렇게 소개했다. 인천 서구 리틀야구단의 박석현(12·인천 왕길초 6)이 주인공이다.

지난 5일 인천 드림파크를 찾자마자 한눈에 주인공을 알아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박석현은 또래 친구들보다 체구가 훨씬 컸다. 그의 키는 1m82㎝, 몸무게는 100㎏. 마치 어른이 아이들과 운동을 하는 듯한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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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박찬호배 전국리틀야구대회 결승에서 안타를 때려내는 박석현. ‘초등생 오타니’로 불린다. MBC스포츠플러스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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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어요. 오타니는 정말 존경하는 선수이고 영상도 많이 봤어요. 위대한 선수와 비교되는 게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아요.”

박석현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오타니 역시 리틀야구 선수 출신이다.

박석현이 관심을 받게 된 건 지난달 열린 제10회 박찬호배 리틀야구 대회 결승전 영상 덕분이다. 1번 타자로 나선 박석현은 힘찬 스윙으로 2루타 2개를 터뜨렸다. 상대팀은 박석현을 피하기 위해 고의볼넷까지 줬다. 큰 체구에도 도루까지 성공하는 스피드까지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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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지난달 열린 용산구청장기 준결승전에도 그는 만루 홈런과 투런 홈런 등 한 이닝에 홈런 2개를 때려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키 2m1㎝의 큰 키에 파워가 돋보이는 홈런왕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를 연상케 한다.

태어날 때 그의 몸무게는 2.7㎏로 크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는 어릴 때부터 쑥쑥 자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키가 1m44㎝. 요즘은 키가 더 커서 중·고교 선수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다.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던 아버지 박성엽(46)씨의 큰 키(1m90㎝)를 물려받았다. 운동 신경도 아버지의 DNA를 이어받았다. 아버지 박씨는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고교 때까지 레슬링 무제한급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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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현이 야구를 시작한 8살 때의 모습. 박석현 아버지 박성엽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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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시작한 것도 아버지의 권유 덕분이다. 박씨는 “너무 비대해질까 봐 걱정이 돼서 어릴 때 태권도를 시켰다. 그러다 구기 종목을 시키고 싶어 고민하다 석현이 체격에 잘 맞을 것 같아서 야구를 배우게 했다”고 설명했다. 박석현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그땐 야구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다. 아버지가 해보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정말 좋았다”고 했다.

리틀야구는 보통 초등학교 3~4학년 때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박석현은 1학년 때 인천 서구 리틀야구단에 입단했다. 인천 서구 리틀야구단은 3년 동안 결승에만 21차례나 오른 강팀이다.

정민석 감독은 “워낙 체격이 좋아서 야구단에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 그런데 석현이는 어린 나이에 야구단에 들어와서 친구들이 없었다”며 “그런데도 석현이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자라면서 점점 힘이 좋아졌고, 그 결과 1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박석현의 활약을 앞세워 인천 서구 리틀야구단은 최근 3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르는 등 올해 4번이나 우승했다.

박석현의 장점은 체구가 크면서도 스피드를 겸비했다는 것이다. 주 포지션은 좌익수지만, 가끔 마운드에 설 정도로 어깨도 좋다. 박석현은 “투구 훈련도 꾸준히 하지만 아직은 야수 쪽에 중심을 두고 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18㎞까지 나왔다. 나중에는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해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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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최강자인 인천 서구 팀에 소속된 박석현을 비롯한 6학년을 중심으로 올해 네 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인천=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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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야구 선수는 보통 취미로 운동하는 경우가 많다. 박석현은 류현진을 배출한 야구 명문 동산중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야구를 해볼 생각이다.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버지 박성엽씨는 “석현이가 공부도 좋아하는 편이다. 아직은 어리니 본인이 원하는 걸 다하게 해줄 생각이다. 야구를 잘하는 검사나 의사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라며 껄껄 웃었다. 박석현은 “수학을 제일 좋아합니다. 문제를 풀어낼 때마다 쾌감이 좋아요. 가능하다면 수학 공부도 계속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만약 ‘공부’와 ‘야구’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석현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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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현은 자신을 오타니에 비교한 데 대해 “부담스럽지만 영광”이라고 말했다. 인천=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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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요. 프로 선수가 된다면 원태인 선수처럼 던지고, 이대호 선수처럼 치고 싶어요. 인성도, 실력도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투타 겸업의 ‘이도류’를 넘어 학업까지 ‘삼도류’를 꿈꾸는 박석현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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