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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얼음위성 미란다 ‘지하 바다’ 품었나…생명체 존재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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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86년 1월24일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보이저 2호 우주선이 촬영한 천왕성의 얼음위성 미란다. 보이저 2호는 미란다의 남반구만을 볼 수 있었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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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으로부터 7번째 행성인 천왕성에는 지금까지 28개의 위성이 발견됐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것은 지난해 11월 너비 8km의 아주 작은 위성이었다. 20년만의 발견이었다.



위성들 가운데 대체로 둥근 모양을 갖고 있는 대형 위성은 모두 다섯개다. 천왕성에서 가까운 쪽부터 미란다, 아리엘, 움브리엘, 티타니아, 오베론 순서다.



2023년 미 항공우주국(나사) 과학자들은 천왕성의 5대 위성 중 미란다를 제외한 4개 위성의 지하에 염도가 높은 액체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986년 1월 나사의 우주탐사선 보이저 2호가 천왕성을 근접 비행하면서 관측한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당시 보이저 2호는 천왕성을 8만1500km 거리까지 접근했다.



과학자들은 너비가 1000~1500km인 이들 위성에 비해 너비 470km로 가장 작은 미란다에는 열이 오래 전에 사라져 바다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미란다에도 지하 액체 물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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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성 위성 중 지름이 큰 상위 다섯 천체. 상대적 크기와 밝기를 비교해 놓았다. 천왕성으로부터 가까운 순서로 왼쪽부터 미란다, 아리엘, 움브리엘, 티타니아, 오베론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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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깊이 100km, 얼음 두께 30km





미국 노스다코타대와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실 공동연구진은 지난 1억~5억년 사이에 미란다에 풍부한 양의 바다가 존재했으며 지금도 일부가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제학술지 ‘행성과학저널’에 발표했다.



주요 위성 중 천왕성에서 가장 가까운 미란다는 지름이 약 470km로 태양계에서 가장 거친 지형을 갖고 있는 천체다. 약 20㎞ 높이의 절벽인 베로나 루페스는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3개의 커다란 코로나(왕관이란 뜻) 지형이 특징적이다. 코로나란 역V자 모양의 타원형 지형을 가리키는 말로 금성과 미란다에서 볼 수 있다. 표면 아래에서 뜨거운 물질이 솟아오르면서 형성된 지형으로 추정한다. 미란다에는 아르덴 엘시노어 인베르네스 세개의 코로나 지형이 있다.



보이저 2호가 찍은 사진에 따르면 미란다의 남반구에는 헝겊조각을 이러저리 이어붙인 듯한 지형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 괴상한 모양의 구조는 모행성인 천왕성의 조석력이 달 내부에 마찰열을 일으킨 결과로 본다.



연구진은 미란다의 독특한 사다리꼴 코로나와 균열, 능선 등 다양한 지형 특징을 토대로 미란다 내부의 구조를 추정해 컴퓨터 모델로 만들어, 이런 지형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 수 있는지 시험해 봤다. 그 결과 지금의 지형은 약 1억~5억년 전 미란다의 얼음 표면 아래에 액체 바다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계산 결과가 도출됐다. 지하 바다의 깊이는 최소 100km, 표면 얼음층 두께는 최대 30km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미란다의 반지름이 235km라는 점을 고려하면 위성의 거의 절반이 바다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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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성 위성들은 거의 천왕성 적도면과 평행한 궤도를 돈다. 천왕성 적도면은 공전궤도에 대해 97.77도 기울어져 있다.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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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바다를 만든 두 가지 요인







연구진은 미란다의 바다를 만든 것은 미란다와 인근 위성의 중력 상호작용이 만든 조석력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조석력이 미란다 내부엔 마찰열을, 표면엔 균열을 일으키고 지하 바다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조석력은 위성 간의 궤도 공명에 의해 증폭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궤도 공명이란 2개 이상의 천체가 중력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궤도 주기가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미란다와 움브리엘의 경우 과거 3 대 1의 비율로 궤도 공명 관계에 있었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보는 근거 가운데 하나는 미란다가 천왕성에 가까이 있는 천체임에도 궤도 경사각이 4.3도로 비정상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부터 위성간 궤도 공명이 사라지고 달 내부가 점차 식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미란다 표면의 균열 형태로 보아 내부가 아직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금의 미란다 바다는 비교적 얕겠지만 태양계에서 가장 먼 위성 가운데 하나에 바다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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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는 표면 얼음층 아래에 물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와 크기와 구성이 비슷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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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와 크기·구성 비슷





연구진에 따르면 미란다는 지하 바다에서 물 기둥이 솟구쳐 오르고 있는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와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둘 다 얼음위성이고 크기도 각각 470km, 500km로 비슷하다. 또 남반구의 비슷한 위치에 심하게 지각 변동을 일으켰던 흔적이 있는 3개의 지형이 있다. 엔셀라두스의 경우 이런 지형 중 가장 남쪽에서 활발한 물기둥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



보이저 2호는 1986년 천왕성을 근접비행할 때 미란다에서 물기둥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는 보이저 2호가 앞서 토성을 통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엔셀라두스에서 물기둥을 관측한 것은 2004년 카시니 우주선이었다. 연구진은 미란다도 비슷한 사례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023년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보이저 2호가 수집한 방사선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란다에서 일부 물질이 우주로 방출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지구물리학연구 저널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는 위성 얼음 표면 아래에 있는 바다에서 물기둥을 통해 물질을 뿜어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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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천체 망원경으로 본 천왕성과 주요 위성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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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위성 찾아 떠나는 우주선들





과학자들이 얼음위성의 지하 바다에 주목하는 이유는 생명체 존재 가능성 때문이다. 목성의 4대 위성 중 3개(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토성 위성 타이탄과 엔셀라두스,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 등이 이런 얼음위성에 속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다.



얼음위성이 생명체 존재가 가능한 환경인지 알아보기 위해 유럽우주국이 지난해 목성 얼음위성 탐사선 주스를 발사한 데 이어, 미 항공우주국(나사)도 최근 목성 위성 유로파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를 발사했다. 나사는 2028년에는 토성 위성 타이탄 탐사선 드래건플라이를 보낼 계획이다.



나사 자문기구격인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의 ‘행성과학과 우주생물학 10년 조사 위원회’는 ‘2023~2032년 우주탐사 프로그램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추진할 대형 우주탐사 프로그램의 1순위로 천왕성 탐사선(UOP)을 권고했다. 천왕성의 얼음위성들이 천왕성 탐사에 대한 명분을 더해주고 있다.





*논문 정보



DOI 10.3847/PSJ/ad77d7



Constraining Ocean and Ice Shell Thickness on Miranda from Surface Geological Structures and Stress Modeling.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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