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이대로 끝내면 향후 러 재침공" 우크라 국민들의 기대와 불안[트럼프 시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키이우포스트 6일 시민 인터뷰…"우리 삶이 트럼프에 달려 슬프다"

"해리스 됐다면 예측 가능했는데"…"미국 나토 탈퇴시 대재앙 발생"

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뉴욕시 트럼프타워에서의 회동에 앞서 기자과 짧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27.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대체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줄곧 반대해 왔던 데다 대통령 재임 시절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특유의 협상술로 3년 가까이 계속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하루빨리 종식될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트럼프 당선 사실을 애써 담담히 받아들이는 중이다. 콘텐츠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빅토리아 코시악(30·여)은 이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삶이 이 사람한테 달려 있다는 게 슬프다. 미국을 위해서도 형편 없는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마냥 앉아서 울고 있을 수는 없다. 앞으로 (상황을) 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최전방에서 전투 중이라는 소매업 종사자 마리아(25·여)도 트럼프 집권 기간 우크라이나의 미래는 어두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친구와 가족들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면 대우크라이나 군사·외교 정책이 예측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미친 할아버지의 손에 달린 장난감과 같은 운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했다. 부동산 관리인 안톤(29)은 "이번 미국 대선은 우크라이나 시민에게도 중요했다"며 "트럼프는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상징한다.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고 끊임없는 포격 속에 살아가는 데 지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는 감사하지만, 해리스로 민주당 정권이 계속되면 "전쟁이 무기한 지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인 이호르(55)는 "24시간 내로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이 과장된 것일지도 모른다 회의적인 생각도 들지만, 그 방향으로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트럼프는 미국 CNN 방송 생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지난 9월 러·우 국경 내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배제하는 방안을 종전 해법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측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우크라이나 종전 구상을 실현하려면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영토를 포기해야 한다. 온전한 영토 보전과 주권 회복을 골자로 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평화 공식'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런 이유로 최전방에서 러시아의 공세를 힘겹게 방어하며 영토를 지켜온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트럼프 당선 소식에 격한 반응을 쏟아 냈다.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에 배치된 군인 유리아(52)는 이날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을 겁주겠다는 트럼프의 기적을 믿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1기 집권 시절이던 2018년 참모진과 논의했던 "나토 탈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면 큰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싸우는 35세 포병대원은 "지금 이 단계에서 갑자기 전쟁이 끝난다면 앞으로 10년 후에 러시아는 전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며 "종전은 우크라이나와 동맹국들에 패배"라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