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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트럼프 귀환] “두려움이 희망을 눌렀다”…트럼프 승리의 핵심 동력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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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경제 문제였다. 바보야.”(CNN).

“해리스는 유권자들에게 민주주의를 보호하라고 요청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다.”(NYT)

“인플레이션이 선거에 영향을 줬다.”(NYT)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과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했다.”(AP)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각)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재선에 성공한 원인에 대해 AP통신, CNN,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은 유권자들이 ‘경제’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 내에서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불만, 공화당 유권자의 증가, 미국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 각종 문제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경제라고 여겼고, 결국 트럼프의 승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6일(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팜비치카운티컨벤션센터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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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는 “해리스의 선거 공약은 감동적이었고 심지어 고상하기까지 했다. 해리스는 유권자들이 민주주의와 자유, 트럼프의 혼란과 분열 중에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도 “절반 이상의 유권자들은 추상적인 것보다 임대료 지급 능력, 국경 통과에 대한 우려와 같은 실질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해리스가 말한 ‘국가를 보호하라’는 호소는 많은 미국인에게 공허하게 들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선거 전 4일 동안 미전역에서 진행한 200건 이상의 인터뷰에서 경합 주 유권자들은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나 제도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고, 범죄율과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 일자리 늘고 GDP 높으면 뭐하나 의료비·가스비 높은데

미국 경제 관련 지표는 각국 정부의 부러움을 살 만큼 좋은 편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미국 국가 경제를 걱정한다. CNN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35%만이 ‘미국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인의 26%는 현재 경제 상황이 안정됐다고 여기지만, 48%는 경제가 여전히 침체 상태에 있다고 믿는다. CNN은 “상당수의 유권자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미국인의 재정 상황을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며 “일자리가 늘고, 소비자 지출이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을 나타내는 지표는 좋지만, 커피 한 잔에 엄청난 돈을 지불하거나 집을 살 여유가 없을 때는 이런 지표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은 대선 운동 기간 내내 경제를 주요 이슈라고 답했다. 이는 5일 선거 직후 실시한 출구 조사 결과를 봐도 확인할 수 있다. NBC뉴스가 전국 10개 주요 주(州)에서 실시한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 공화당 당원 중 미국 경제 상황을 묻는 말에 ‘나쁘다’라고 답한 이들이 87%를 차지했다. 반면 민주당 당원 중 같은 답변을 내놓은 이들은 10%에 불과했다.

AP통신이 12만 명 이상의 유권자들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응답자의 10명 중 9명은 식료품 비용에 대해 ‘매우’ 또는 ‘다소 우려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은 의료비, 주택비, 가스 비용을 걱정했다. 또한 가족의 재정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고 답한 유권자 비율을 지난 2020년 당시 10명 중 2명이었으나, 이번 대선에선 10명 중 3명으로 늘었다.

실제로 미국 주택 가격은 15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주택소유자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주택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특히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약 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올해 주택 소유자는 2.5%로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여기다 인플레이션이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연준) 목표치인 2%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으나, 소비자의 가격 부담은 상당하다.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하기 전보다 약 20% 높다. CNN은 “미국인들이 매일 직면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해결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 민주당 지지층이던 노동층·라틴계 유권자도 트럼프로 돌아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이들은 공화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대학 학위가 없는 남성과 백인 유권자는 물론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준 노동층과 라틴계 유권자였다. 이 외에도 처음 투표하는 유권자, 중산층, 저소득층 가구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하겠다는 구호는 미국이 부(富)와 교육에 따라 양분된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낀 이들이 공화당으로 돌아서게 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 여겨지던 히스패닉계 유권자로부터 2020년보다 개선된 결과를 받아들면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히스패닉계 유권자만 놓고 봤을 때 출구조사 결과 해리스에 대한 지지율은 53%로 트럼프(45%)보다 8%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쳤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히스패닉계 유권자를 놓고 트럼프보다 33%포인트 우세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들 계층에서 공화당으로의 이탈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AP통신은 “전국이나 주요 경합 주에서 공화당은 경제에 대해 우려하고 이민법을 보다 공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었다’며 “이런 문제는 민주주의의 미래, 낙태 보호에 대한 관심을 가렸다. 이는 해리스 지지 유권자들에게는 우선순위였지만, 해리스가 당선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고 짚었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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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하 기자(viv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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