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배상 소송 첫 항소심 선고가 있던 7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서관 앞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설수영(56)씨가 “국민들께 감사하다”며 절을 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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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좋은 판결을 내리신 재판부와 저희들을 위해 관심 가져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 절을 올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국민 여러분.”
7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서관 앞 차가운 바닥에 형제복지원 피해자 설수영(56)씨가 아픈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뒤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30여명이 섰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린 직후였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김대웅)는 7일 오후 형제복지원 피해자 설씨 외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쌍방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첫 항소심 선고였다.
앞서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원고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에 따르면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손해배상금은 1인당 8천만원에서 최대 11억2천만원까지다. 재판부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되어서 수용 기간 고통을 겪고, 아주 어려운 시간 보내신 원고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위법적 훈령에 따라 강제 수용된 점은 위법한 조치이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다수 사건이 계속 소송 중에 있어 다른 사건들의 선례가 될 수 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원고 쪽 역시 인정 액수가 적다며 항소했다. 법무부는 항소심 과정에서도 역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인정한 자료로 수용시점과 퇴소시점을 판단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일부 원고에 대해 수용자 명부 등 기재 오류가 있어서 원고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원심 법원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선고기일을 3일 앞둔 지난 4일에는 다시 재판을 열어 달라는 ‘변론재개’를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쌍방 항소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법정을 가득 채운 30여명이 넘는 피해자들은 재판부의 주문을 듣고 “판사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연신 외치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날 선고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이혜율(48)씨는 “수용 35년만에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처음 제기한 이후, 또다시 3년7개월이 지났다. 함께 재판받던 강귀원씨가 사망하기도 하는 등, 정말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다”며 “나라는 돈이 없다고 배상금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막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고, 대리인들에게 수임료를 지불하며 상고까지 이어간다면 그간의 주장이 모두 거짓말이고 시간끌기임을 인정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배상 소송 1심이 진행되는 도중 사망한 피해자가 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원고들을 대리한 이언학 변호사는 “저희(원고)쪽 항소도 기각됐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조속히 이 판결이 확정되기를 바란다”며 “피해자들은 금액보다도 빨리 (국가의 책임이) 확정되기를 원하고 있다. 보상이 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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