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팜비치 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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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78)은 이번 대선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임기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시작하고,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운 그는 내년 1월20일(현지시간)부로 시작되는 4년간의 임기에도 자국민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사업가에서 대통령으로
1946년 6월14일 미국 뉴욕주 퀸즐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령으로 취임하는 대통령이 된다. 이는 첫 번째로 취임한 2017년 자신이 세운 기록을 스스로 깨는 것이다.
뉴욕의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였던 부모님 아래에서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1964년 뉴욕군사학교를 졸업하고, 4년 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 학사를 취득했다. 그는 부친의 부동산 기업 ‘트럼프 매니지먼트’의 회장으로 취임한 후 코모도어 호텔 경영, 트럼프타워 개발권 획득, 월가 71층 빌딩 인수 등을 하며 뉴욕 맨해튼을 근거지로 글로벌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애틀랜틱시티 타지마할 호텔, 트럼프 플라자 호텔, 트럼프 호텔·카지노, 트럼프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등에 대해 파산 신청을 네 번 하면서 사업가로서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그는 사업을 하던 시기 일찌감치 정치에 관심을 보였다. 1987년 공화당원으로 등록한 그는 그 해에 ‘미국이 자국을 보호할 여력이 있는 국가들에 대한 방위비 지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냈다. 같은 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선 정치적 직위에 출마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지만 “대선은 다른 문제”라며 여지를 남겼다. 2000년에는 중도 성향의 신생 정당인 개혁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가 탈락했다.
1990년에 이르러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자 그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대중에게 인지도를 쌓았다. 2004년 사업가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어프렌티스>를 제작해 11년간 출연하며 인기를 구가했다. <나홀로 집에 2>, <섹스 앤드 더 시티> 등 대통령이 되기 전 영화·드라마 20여 작품에 카메오로 등장했다.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행정부, 전 세계 균열 일으켜
방송 진행자로 지내던 트럼프 당선인은 2015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미국 사회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몰락은 값싼 수입산 제품과 끝없이 몰려드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키웠다.
이 사이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을 들고나왔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세우기’ ‘중국산 제품 고율관세’ ‘동맹국으로부터 미국 세금 돌려받기’ 등 대중이 알아듣기 쉬운 공약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제치고 이듬해 1월20일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전 세계를 균열시켰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비협조’ 등 초강수를 내세우며 동맹인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 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증액을 촉구했다. 중국산 제품 고율 관세,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 제재, 틱톡 규제 등 중국을 겨냥한 보호무역 정책을 하나둘 발표하기도 했다. 양국의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시장은 미래 불확실성에 요동쳤다.
중동 내 긴장도 고조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친한 그는 이스라엘의 수도를 텔아비브가 아닌 분쟁지역 예루살렘이라고 선언했다. 이란과는 각을 세웠다.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를 일방 선언하고, 이란혁명수비대 정예 쿠드스군 사령관이었던 가셈 솔레이마니를 사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7월30일 오후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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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 6월, 2019년 2월·6월 세 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회담을 했다. 2019년 미국 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북한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전후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 허위 발언을 하면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사법리스크·암살 시도에도 ‘생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뒤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피신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며 “싸워라”라고 외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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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리를 빼앗긴 트럼프 당선인은 수세에 몰렸다.
우선 ‘사법 리스크’를 떠안았다. 2022년 11월 그의 범죄 혐의에 대한 특검이 구성돼 백악관 기밀서류 무단반출, 1·6 의회 난입 사태 선동 혐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기소를 당하는 등 네 건의 형사 사건에 얽혔다. 이 밖에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등 민사 소송에서도 피소됐다.
올해 대선 기간에도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유세를 하던 도중 총기 암살 시도가 있었지만, 총알은 그의 귀를 스쳐 지나가 목숨을 건졌다. 피를 흘리면서 불끈 쥔 주먹을 치켜세우고 “싸우자”고 외치는 모습은 이번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까지 더해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두 달 뒤 그의 자택과 가까운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골프장에서 총기를 들고 트럼프 당선인을 겨냥하던 암살범이 비밀경호국 요원에 의해 붙잡혔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2024 미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경합주 일곱 곳을 모두 석권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 내 반이민 정서,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나타난 고물가 불안정 등이 그의 당선 이유로 꼽힌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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