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이 동의할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평가절하했고 여당 일각에서도 "안 하느니 못한 회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당의 전방위 공세를 막기는커녕 여당 내 갈등도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관련한 명태균 씨 의혹과 국정 개입 의혹을 부인하면서 구체적인 사과 대신 "침소봉대" "일상적인 대화" "신중하게 처신해야 했다" 등으로 피해갔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인적 쇄신에 대해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채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고 김 여사 활동 전면 중단에도 선을 그었다. 제2부속실 설치 입장을 밝힌 건 김 여사 활동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의 특검 추진에 대해선 "정치 선동으로 인권유린"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드려 죄송하다"며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태균 씨 논란에 대해 "물어봤더니 대통령 당선 뒤 몇 차례 문자 등을 했다고 한다"며 "대부분 일상적인 것들이었다"고 했다.
김 여사의 직접 사과 여부에 대해 "본인도 억울해도 국민께 걱정 끼친데 대해 미안해 하고 있다"며 "나에게 제대로 사과를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선 "국정에 관여한 게 없다"며 "아내로서 조언한 것을 국정 농단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집사람과 관련해 침소봉대하고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등 악마화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의 활동 중단에 대해 "국민 여론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며 "여론을 감안해 외교 관례와 국익에 꼭 필요한 일을 빼고는 사실상 중단했고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이 추진하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은 "2년 넘게 수사하고도 기소를 못했다"며 "이를 또다시 대규모 수사팀을 만들어 수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특검법은 자유 민주주의 헌법의 3권분립에 위반된다"며 "사실상 인권유린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사이엔 "윤 대통령의 사과가 진솔했으나 화난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기엔 미흡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답변이 대체로 진솔했다"며 "핵심인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명품백 같은 걸 받은 거 자체를 사과했으면 국민이 받아줬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사과를 받을 국민 관점에서 이야기를 못한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민심에 역행한 140분"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평가가 갈렸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는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긍정 평가한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내용에 있어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국민의 마음을 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친윤인 추경호 원내대표와 홍준표 시장, 나경원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했다"며 "이젠 당이 단합할 때"라고 했다. 반면 친한계 관계자는 "의례적인 사과에 그쳤다"며 "야당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한 당직자는 "기자회견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동훈 대표도 침묵을 지켰다.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당내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서울=뉴스핌] 양윤모 기자 =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TV로 중계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 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명태균 씨 논란,공천개입 의혹,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김 여사 특검법,대통령실 인적 개편과 개각 등 국정 쇄신 요구를 포함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했다. 2024.11.07 yym58@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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