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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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2일 프린스턴대의 여론조사 전문가 샘 왕 교수가 반려동물용 귀뚜라미 통조림을 들고 CNN에 출연했다. “제가 틀렸어요. 많은 사람이 틀렸지만, 남들은 저 같은 약속을 하진 않았죠.” 왕 교수는 그렇게 말하며 꿀에 버무린 귀뚜라미를 꿀꺽 삼켰다. 그는 그해 11월 8일 미국 대선을 사흘 앞두고 CNN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승리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가 이긴다면 벌레를 먹겠다”고 약속했다.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한국에서도 작은 지역을 대상으로 작은 표본으로 조사하는 총선 여론조사는 종종 틀리지만 전국 대선 여론조사는 대부분 맞는다. 2016년 미 대선 여론조사가 틀린 것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특유의 ‘선거인단 제도’를 핑계 삼았다. 당시 힐러리는 전국에서 트럼프보다 약 290만 표를 더 받았다. 미국인 전체의 여론을 본다면 힐러리 승리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트럼프는 소수 경합주에서 0.2~0.7%의 미세한 차이로 승리했는데, 여론조사 오차범위에 속한다.
▶하지만 4년 후인 2020년 대선에서 비슷한 일이 또 벌어졌다. 여론조사대로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승리하기는 했지만, 여론조사보다는 트럼프 표가 더 많이 나왔다. 바이든이 승리한 주(州)에서도 트럼프가 예상보다 평균 2.6%를 더 득표했고, 공화당 텃밭에서는 6.4%를 더 득표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 지지자들이 코로나 때문에 집에 더 머물러서 여론조사 전화를 받을 확률이 더 높다거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언론과 여론조사를 불신해서 답변을 안 한다는 등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올해도 여론조사는 ‘샤이 트럼프’를 집어내지 못했다. 선거 막판 ‘초박빙’을 예상한 조사가 많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트럼프의 압승이었다. 그런데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선거 당일 아침 해리스 승리 가능성이 56%로 높아졌다고 했다. CNN이 발표한 당일 출구조사에서도 해리스를 선호한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진보 언론의 ‘희망’이 반영됐다고 할 수도 없다. 여론조사는 조사 회사가 하는 것이지 언론이 하는 것이 아니다.
▶여론조사만 틀린 것이 아니다. 미국 역사학자 앨런 릭트먼은 여론조사 대신 자신만의 지표를 개발해 1984~2020년 10번의 미국 대선 중 9번의 승자를 맞혔다. ‘대선 예측의 구루(권위자)’로 불리는 그도 올해는 해리스의 승리를 예측했다가 틀렸다. 트럼프를 지지하지만 지지한다고 말을 안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진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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