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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칼럼]마지막 기회 발로 찬 尹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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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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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에 회자되는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거듭 확인시킨 기자회견이었다. 변화와 쇄신을 통해 국정운영의 동력을 충전해야 할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마지막 기회를 발로 찬 셈이다. '그럴 줄 알았어!'라는 냉소적인 분위기와 함께 국민들은 통치불능의 상황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허리를 숙여가며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뭘 잘못했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않았고 핵심 관심사인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변명과 해명으로 일관했다.



'김영선이 해줘라' 했던 대통령 "'공천 개입'의 정의 따져봐야"



윤 대통령은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제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공천 개입이라고 하는 것의 정의도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누구를 꼭 공천해주라고 그렇게 사실 얘기할 수도 있죠. 그게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지만, 과거에도 대통령이 얘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라는 말도 덧붙였다.

상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듣기평가를 하는 것처럼 대통령의 발언은 혼란스럽다.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했다'라는 대통령 본인의 육성이 공개됐는데도 이날 기자회견에선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했다가 의견제시라는 꼬리표를 달면서 '공천해 달라고 언급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공천 개입'과 '의견 제시'를 구분함으로써 혐의를 벗어나려는 전형적인 법리적 접근법으로 보인다. 대통령 3년차인데 통큰 정치인은 커녕 구차하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혹여 이런 발언이 검찰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되어선 안될 것이다.

경선 이후 연락을 끊었다는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서는 '본인은 참모회의에서 이야기했는데 대변인의 브리핑 과정에서 잘못 전달됐다'고 떠넘겼다.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 명태균씨와 공천관련 발언을 나눈 육성이 공개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선) 축하전화를 받고…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다"고 핵심을 비껴가기도 했다. 김 여사와 명태균씨의 연락은 "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상적인 것들이 많았다"며 사안을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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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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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김 여사 특검에 대해 '정치 선동', '인권 유린'이라고 반대했다. 3권분립에 위배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 다수가 특검을 통한 의혹규명에 찬성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 주변의 의혹은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기만 하면 성역으로 남겨둘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오히려 헌법 취지에 역행한다. 검찰의 독립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권력자 주변의 의혹을 감싸자고 3권분립을 거론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대통령 취임 후 개인 휴대폰을 바꿨어야 했다'는 언급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의 본질을 흐리는 궤변이나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2022년 친윤계 의원에게 체리따봉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지만, 대통령 부인에 걸맞는 절제와 품격이 중요한 것이지 휴대폰을 탓할 일은 아니다.

국정농단 아닌 대통령 부인의 '내조'…견강부회 논란


특히 대통령 부인의 내조를 국정농단이라고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에선 현실 인식의 안이함과 함께 이치에 맞지 않는 견강부회 마저 느껴진다. 인터넷 매체와의 7시간 통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이른바 읽씹 논란, 명태균씨와 나눈 통화와 문자, 마포대교 순시 등에서 드러난 김건희 여사의 언행이 영부인의 단순한 내조나 조언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걸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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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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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지지율로 임기 반환점을 맞이하는 초유의 상황에서 국민들은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변화 의지를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리더십이 흔들려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걸 원할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당이 최소한으로 제시한 요구조건마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로 위기의식은 보이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설득에 실패했다.

민심은 천심이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는 말이 있다. 따르는 자가 없으면 리더가 될 수도 없다. 마지막 기회를 차버린 윤 대통령은 특검법을 추진중인 야당은 물론 국민과도 전면전을 벌이게 될지 모른다. 여당도 언젠가 민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정치적 고비마다 오답지를 써내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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