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일반에 공개·기업 프로그램도 활짝
트레킹하다 가을바람 맞으며 명상
전세계 은행나무는 한종뿐이라 멸종위기종
호암미술관 전시회 ·전통정원도 들러
3만여 그루 황금빛 군락이 반세기 만에 베일을 벗었다.
에버랜드(경기 용인)가 기업 등 단체에만 간헐적으로 공개했던 국내 최대 은행나무 군락지를 일반에 시범 공개했다.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3일간 하루 3회씩(회당 최대 30명) 진행한 은행나무 숲 투어 프로그램은 지난달 18일 참여자를 모집한 지 2분 만에 전 회차가 마감됐을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일반인 대상 시범 운영은 오는 10일 마침표를 찍지만 기업 대상 프로그램은 그대로 운영한다.
바쁜 일상에 치이는 K-직장인들에게 권한다. 상추객들과 뒤섞이지 않고 가을 낭만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가을이 물러가기 전에 꼭 한번 들러보라고.
◆비밀의 숲, 베일을 벗다
에버랜드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봄철 튤립과 매화, 장미로 화사함을 뽐내더니 현재는 국내 최대 규모인 은행나무숲과 초화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화려한 가을빛으로 뒤덮인 숲을 바라보는 우리 마음은 두근두근 쉴 새 없이 요동치고 있다.
에버랜드가 이따금 기업 단체 대상으로만 개방해왔던 '국내 최대 규모' 은행나무 군락을 최근 일반에 시범 공개했다.
14.5만㎡(4만4000여 평). 드넓은 향수산 자락에 은행나무 3만여 그루가 자리하고 있다. 1970년대에 산림녹화를 위해 은행나무들을 심은 후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고 관리했다.
오밀조밀 뿌리 내린 수많은 은행나무는 햇볕을 더 받기 위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하늘로 쭉쭉 뻗어나갔고, 현재의 모습을 빚어냈다.
은행나무 숲길, 천천히 걷다
5㎞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를 천천히 걸었다. 바람에 나부껴 흩날리는 은행나뭇잎을 온몸으로 맞았다. 산책로 중간중간 나무의자와 명상장, 은행나무숲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된 덕분에 트레킹 도중 숨을 고르며 쉬어갈 수 있다.
쾌청한 가을하늘을 향해 뻗은 은행나무, 그 황금빛 자태에 감탄하기도 잠시, 이 은행나무가 멸종위기종이란 얘기에 지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고개만 돌리면 지겹게 마주하는 은행나무가 멸종위기종이라니, 지겨우리만치 은행나무와 자주 마주하는 우리들로서는 퍽 놀라운 얘기였다.
은행나무는 오직 1종 1속 1과 1목 1강 1문만 존재하는 희귀 식물이다. 생물이 오래도록 생존하기 위해선 종다양성이 가장 중요한데, 은행나무는 전 세계에 한 가지 종만 존재한다. 이에 야생생물 멸종위기 현황을 기록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도 은행나무는 멸종위기종에 속해 있다.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은 “종자로 후손을 퍼뜨리는 은행나무는 새나 다람쥐 같은 동물들이 은행 열매를 먹지 않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서식지가 확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은행나무가 침엽수라는 사실도, 생존을 위해 몇만 년에 걸쳐 잎이 붙게 됐다는 이야기도···. 이 그룹장이 전하는 숲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매트에 누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은행나무들의 자태를 감상하고, 자연의 소리를 오롯이 듣으며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걷다가 지칠 때쯤 은행나무가 품은 가을빛이 절정을 이루는 공간에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명상을 즐겼고,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을 감상하고, 전통 정원 '희원'을 둘러봤다.
대자연을 마주하고, 명상을 하며 흐트러진 마음을 정리하고, 또 문화적 소양까지 쌓은 그 시간···. 고작 반나절 주어진 여유는 제법 짙은 여운을 남겼다.
고객 경험 확대하다···인프라·콘텐츠 강화 계획
에버랜드는 정원 체험만을 희망하는 고객들을 위한 전용 티켓인 '가든 패스'를 올해 시범적으로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경험혁신아카데미에서는 에버랜드와 캐리비안 베이뿐만 아니라 포레스트캠프와 은행나무숲, 분재원, 스피드웨이, 호암미술관 등 같은 단지에 위치한 체험 인프라를 고객이 원하는 대로 모듈화해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선보이고 있다. 긍정심리학에 기반한 마음건강 관리 프로그램 '비타민 캠프'와 비일상적 체험을 통해 리더로서 인사이트를 확장하는 '리더십 캠프'도 운영 중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국내 여가문화와 인구구조가 급변하고 있다. 앞으로도 숲, 정원 등 식물 콘텐츠뿐만 아니라 주변 인프라를 연결하는, 오직 에버랜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글·사진 용인(경기)=기수정 기자 violet17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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