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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31일 김소연 시인과 음악인 최고은 씨가 전주 학산숲속시집도서관에서 낭독공연을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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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있다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의 말마따나 도서관은 우리에게 천국과 같은 존재다. 평화를 누리고 지혜를 얻는 장소로 도서관만 한 곳도 없다. 책 읽는 모습을 뽐내는 ‘텍스트 힙(Text Hip)’이 유행인 시대, 전북 전주가 책 여행지로 뜨고 있다. 전주시는 2021년 ‘책의 도시’를 선포한 뒤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색 도서관을 지어왔다.
한껏 깊어진 가을날, 전주의 작은 도서관 4곳을 둘러봤다. 그리고 마음먹었다. 이제 전주는 ‘비빔밥의 도시’가 아니라 ‘도서관의 도시’로 불러야겠다고.
전국서 하나뿐인 시 전문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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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전국 유일의 시 전문 도서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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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오후 2시. 완산구 학산(360m) 초입의 ‘학산숲속시집도서관’에서 김소연 시인과 음악인 최고은의 낭독 공연이 열렸다. 75㎡에 불과한 도서관에 2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낭독 공연에 집중했고, 긴 박수와 환호로 호응했다. 커다란 통창에는 단풍이 아른거렸다. 이 순간 자체가 시적이었다. 김 시인은 “10여년간 숱한 낭독회를 했지만, 낭독 앙코르 요청을 받기는 처음”이라며 감탄했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2021년 개관한 전국 유일의 시 전문 도서관이다. 나무를 한 그루만 베고 그 자리에 책 모양의 복층 건물을 지었다. 시집을 비롯한 시 관련 도서만 3300권 보유했고, 매달 시인 초청 행사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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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에 자리한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양옥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사진 속 공간은 원래 보일러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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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커피는 안 파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도서관 안에 화장실이 없다고 불평하는 이도 있었다. 요즘은 다르다. 박금주 사서는 “SNS 명소라며 찾아온 이들이 많지만, 도서관 안에서는 모두 차분히 책을 보고 필사도 하며 시향(詩香)에 취해 돌아간다”고 말했다.
‘서학예술마을도서관’은 도서관 주변에 예술가가 많이 살고 공방과 갤러리도 흔해서 예술을 주제로 잡았다. 미술·사진·음악 관련 서적 2000여 권을 보유했고, 음반 300여 장도 들어볼 수 있다. 전주시가 2층짜리 양옥과 작은 병원 건물을 매입해 2022년 도서관으로 고쳤다. 여느 도서관보다 한갓진 편이다. 아담한 정원에 앉아 쉬기만 해도 좋다. 붉은빛 담쟁이덩굴과 노랗게 물든 팽나무 잎이 가을 정취를 한껏 풍기고 있다.
덕진공원에 한옥 ‘연화정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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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운치를 느끼기 좋은 연화정도서관. 덕진연못과 어우러진 야경도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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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시민이 사랑하는 쉼터 덕진공원에는 한옥 도서관이 있다. 2022년 개관한 ‘연화정도서관’이다. 전주시 홍혜진 작은도서관팀장은 “낡은 2층짜리 매점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한옥 도서관을 지었다”며 “과거 덕진공원이 유원지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문화공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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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운치를 느끼기 좋은 연화정도서관. 덕진연못과 어우러진 야경도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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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정도서관에는 한옥·한식 등 전통문화 관련 도서 2000여 권이 있다. 서가를 창틀 높이 아래로 배치한 게 눈에 띈다. 한옥의 여백 미를 살리고, 창밖 연못 풍경과의 조화를 꾀한 선택이었다. 전북대 옆에 있어서인지 젊은 커플과 시험공부 하는 학생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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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은 편백 숲에 안겨 있다. 숲 체험, 힐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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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동물원 뒤편 야트막한 건지산(99m) 자락에는 2013년 개관한 ‘건지산숲속작은도서관’이 있다. 최근 개관한 도서관이 여행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면, 이곳은 전주 시민의 애정이 밴 공간이라 할 만하다. 편백숲에 안겨 있어 사철 아늑한 분위기가 감돈다. 숲과 나무에 관한 책이 3000여 권에 달하고, 힐링·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도서관을 거의 매일 찾는다는 김윤정(64)씨는 “건지산을 산책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오전을 보낸다”며 “책을 읽고 새로운 마음으로 숲을 걸을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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