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어제 한때 1404.5원… 1400원대 뉴노멀땐 물가상승 압력
韓銀 금리인하 시점 늦춰질 가능성
최대 20% 관세로 수출 타격땐… 내수 부진으로 연결 악순환 우려도
● 1400원대 환율 뉴노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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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04.5원까지 치솟았다. 전날보다 4.9원 오른 1401.1원에 출발했던 환율은 이후 상승 폭을 줄여 1396.6원으로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기준)를 마쳤다. 환율은 미국 대선이 치러진 5일 이후 연일 오르며(원화 가치 하락) 이틀 만에 18원 올랐다. 환율이 1400원대를 보인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이 고강도 긴축에 나섰던 2022년 등 세 번뿐이다.
시장에선 환율이 145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공약들이 강달러를 부추기면서 내년 취임 초반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는 열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약대로 관세 정책이 실현되면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강달러 현상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재집권이 가져올 강달러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환율이 수입 물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국이 더 면밀히 살펴보고 수정 전망에 반영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은 원유 등 수입 물가를 밀어 올려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환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하면 더 높은 금리를 좇는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 등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을 더 자극할 수 있다.
● “수출 감소→내수 부진 악순환 빠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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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관세 폭탄’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 제품에도 보편 관세를 10∼20% 부과하겠다고 밝혀 왔다.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보편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대미 수출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에도 한국의 수출은 수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첫해인 2017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전년(233억 달러) 대비 20% 이상 감소한 179억 달러로 줄었고, 2019년에는 114억 달러로 급감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온 정책 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범정부 컨트롤타워’로 하고 선제적이고 빈틈없이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고환율과 고관세로 수출이 줄면 내수 부진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을 위한 제품 생산 감소는 결국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강력한 대중(對中) 제재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제조업 생산 기지로서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지였던 중국이 흔들릴 경우 한국이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연구원은 “미중 전략 경쟁은 리스크인 동시에 다양한 업종에서 중국 역할을 대체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시대적·구조적 기회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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