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대통령, Fed 의장 해임은 불법"
Fed, 금리 0.25%P 인하…연 4.5~4.75%
9월 빅컷 후 인하 속도조절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미국 47대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사임을 요구해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선 결과가 Fed의 통화정책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파월 의장이 견조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둔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예상대로 Fed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으로 통화완화 사이클을 개시한 Fed가 금리 인하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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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해임을 요구한 상황에서 물러날 뜻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단호하게 "떠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동안 트럼프 당선인이 Fed의 금리 인상에 불만을 표하며 백악관 재입성 시 파월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가운데, 파월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거취에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이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Fed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취임한 파월 의장의 임기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연장돼 오는 2026년 6월까지다.
파월 의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선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 공세에 선거나 정치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Fed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그는 "단기적으로 선거 결과가 우리의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날 Fed는 FOMC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기존 4.75~5.0%에서 4.5~4.75%로 0.25%포인트로 인하했다. 만장일치 결정이다. 지난 2022년 3월 금리 인상 후 2년 6개월 만인 올해 9월 빅컷에 나서며 통화완화 사이클을 개시한 뒤 두 번째 인하를 단행했다. 이번에는 인하폭을 0.25%포인트로 축소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강력한 경제를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정책적 입장의 적절한 재조정을 통해 견조한 경제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둔화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차기 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경제 전망 수정 방향을 묻는 말에는 현재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다만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에는 "미국의 부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경제에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공약이 재정적자 확대와 연방정부 부채 증가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Fed는 미 경제가 견조한 확장세를 유지하고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면서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달성의 균형이 갖춰지고 있다고 봤다.
Fed는 정책 결정문에서 "장기적으로 최대 고용과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고자 한다"며 "위원회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과 관련한 위험이 대략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봤다.
인플레이션은 지속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ed는 이날 발표된 정책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둔화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greater confidence)"을 얻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다소 높지만 위원회의 목표치인 2%를 향해 진전을 이뤘다(made progress)"고 썼다. 이와 관련해 파월 의장은 향후 금리 경로와 관련한 "가이던스를 주지 않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정책 결정문 수정은 Fed가 완전 고용에 더 무게를 두고 물가 안정 목표에는 힘을 뺄 것임을 시사한다"며 "Fed가 이날 FOMC에서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내려 금리 인하 사이클을 이어간 가운데, 12월 FOMC에서 금리를 추가로 2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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