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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반도체 보조금 폐지할라 잠 못드는 산업계…그래도 이건 기회 [다시 트럼프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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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스법 폐지시 비용급등
보편관세 도입시엔 車업계 흔들
AMPC 없애면 배터리社는 적자

中견제로 인한 반사이익 기대감
자동차부품·방산업체들도 기회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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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다시 맞게 된 트럼프 시대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기존 정책이 뒤바뀌는 과정에서 초래될 혼란은 걱정스럽지만, 그같은 혼란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는 칩스법(반도체 과학법) 폐지·축소 여부를 주시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7일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선 직후여서 기업의 미국 전략 변화 계획을 밝히는 것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른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해왔던 터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칩스법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텍사스주)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는 미국 정부로부터 각각 64조원, 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시절부터 칩스법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온 만큼 지원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원자재비와 인건비 급등으로 미국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다만 칩스법을 폐기하기 보다는 보조금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칩스법 입법을 주도했기 때문에 완전히 폐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축소하는 대신 에너지·방산 분야 지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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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당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AFP = 연합뉴스]


반면 트럼프의 강력한 보호주의 무역으로 반도체 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삼정KPMG는 7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일부 반사이익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는 “우리 기업의 세계 최고 수준 반도체 품질과 경쟁력을 미국 정부에 인지 시키며 양국간 신뢰를 쌓는게 중요하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이 협동해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보편 관세’ 도입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지금보다 10~2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경우 한국·멕시코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가격 경쟁력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관세율 20%가 추가되고 차량 가격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위해 해당 비용을 전부 부담할 경우 연간 7조2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현대차·기아의 분기 영업이익과 맞먹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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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전체 수출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고, 자동차 수출 물량의 50%가 미국으로 건너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여러 시나리오 별로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며 “최대한 미국 내 생산을 늘리고 현지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지원이 대폭 감축될 것이란 점도 부담스럽다. 바이든 행정부가 천명한 ‘전기차 보조금’ 확보를 위해 미국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 공장에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했는데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면 투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TMED-II’를 적용한 신차를 미국 현지에 출시하고, 조지아주에 지은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을 준비하는 식의 탄력적인 생산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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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대해선 60%의 관세를 부여하겠다고 선언해서다.

배터리 업계는 역시 미국 내 사업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생산 세액공제(AMPC) 수혜 규모 축소를 우려한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 되레 배터리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도입 공약으로 미국에 한발 앞서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전력 요금 인하, 규제 완화 공약 등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투자 법인의 경영 환경 개선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IRA가 폐지 수순까지 이르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주요 배터리 업체들이 투자한 지역이 미국 내 러스트벨트 지역”이라며 “러스트 벨트 표심을 생각하면 외국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위축시킬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산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한 대 중국 견제 정책이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화오션의 필리 조선소(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가 대표적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에 인수했고, 미국 정부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승인을 거쳐 국방교육통제국에서 심사 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자와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에서 볼 수 있듯 중국 견제를 위해 해군력 증강이 필요한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영업을 통해 트럼프 당선을 기회로 활용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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