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E. 사진=정백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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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지난 8월 인천 청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한동안 주춤했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판매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 9월 말 기준 수입 전기차 월간 판매량 10위권 이내에 단 한 개의 모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10월 들어서 무려 4개의 모델을 10위권 이내에 등재시키며 구겨진 체면을 다시 세웠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315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올해의 10월 판매량을 단순 비교하면 1년 새 34.0%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판매량에는 지난해 집계 대상이 아니었던 테슬라의 수치가 포함돼 있다. 테슬라 판매량을 빼고 KAIDA 회원사로만 집계 범위를 축소하면 올해 10월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9.6% 줄었다.
KAIDA가 매달 발표하는 연료별 최다 판매 차종 현황을 살펴보면 수입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차는 테슬라 모델 Y다. 이 차는 10월에도 951대가 판매되면서 올해 누적 판매량이 1만4623대까지 늘어났다.
상위권의 나머지 자리는 대부분 독일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지난 7월까지는 BMW의 4개 차종이 전기차 판매량 톱10에 올랐고 아우디가 2개 차종,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은 각 1개 차종씩 판매량 10위권 내에 등장했다. 적어도 8월까지는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 8월 초 인천에서 문제의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9월에는 판이 달라졌다. 전기차 판매량 순위 10위권에 1개 이상 빠지지 않았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이름이 사라졌다.
벤츠 전기차가 수입 전기차 월간 판매량 상위권에서 사라진 것은 화재 사고와 무관치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전기차 시장 전체가 불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서 화재 사고 이후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다른 수입차 브랜드로 이동한 것이 수치상으로도 나왔기 때문이다.
BMW는 여전히 10위권 이내에 4개 차종을 올렸고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각각 Q4 e-트론과 ID.4를 인기 차종 순위에 올린 가운데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이 10위권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10월에는 9월과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부동의 수입 전기차 판매량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테슬라 모델 3가 벤츠 전기차의 인기에 밀려 4위로 밀려났다. 2위와 3위에는 각각 EQA와 EQB가 등장했고 7위에 EQE 350+가 등장했다.
여기에 10위에는 최고급 대형 스포츠 다목적 전기차(전기 SUV)인 마이바흐 EQS 680 SUV가 이름을 올렸다. 벤츠의 최고급 브랜드인 마이바흐가 수입차 월간 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처럼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가 위기를 딛고 다시 인기 순위에 이름을 올린 비결은 몇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 측의 공격적인 할인 영업이 판매량 증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각 딜러사마다 판매 조건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0~30% 수준의 할인 프로모션이 전기차에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우수한 주행 성능을 갖춘 전기차 새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전시장으로 줄을 이었고 결국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일부 차종의 경우 재고 물량이 대부분 소진돼 할인 프로모션이 조기 종료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할인 영업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 측 움직임도 시장 반응을 호의적으로 전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화재 사고 이후 다각적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다.
지난 8월 중순부터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전기차 무상 점검을 실시하고 독일 본사에서 근무하는 전기차 관련 전문가들을 대한민국으로 급파하는가 하면 대한민국 언론을 대상으로 벤츠 전기차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각종 시험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와 함께 화재 사고를 여전히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사고에 대한 수습과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안심하고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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