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유럽정치공동체 정상회의 연설
전장 열세·트럼프 당선 등 '사면초가'…러시아는 EU와 직접 상대 원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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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유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기 위해 크렘린에 우크라이나 땅을 양보하라고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쟁을 끝내려면 자국과 직접 회담하거나 우크라이나 주민을 계속 희생시키는 것 중 선택하라고 서방에 요구한 상태다.
AFP통신 및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 정상회의에서 유럽 지도자들에게 "러시아의 강경 요구에 굴복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젤렌스키는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물러서고,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우크라이나를 위해서도, 유럽 전체를 위해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또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휴전' 요구에 대해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일축했다. 크렘린궁과 가장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유럽연합(EU) 지도자 오르반은 앞서 “전쟁 당사자들이 소통하고 평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젤렌스키는 또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일부 유럽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에 타협을 “강력하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회의 지원이 아니라 충분한 무기가 필요하다. 푸틴과의 포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러분 중 일부는 20년 동안 그를 안아 왔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였다"고 주장했다.
전쟁 발발 3년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사면초가에 둘러싸여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한 상태다.
병력과 화력이 열세인 젤렌스키의 군대는 이미 러시아군이 수개월 동안 천천히 진군해 온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우크라이나 지원은 안 되며,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해온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신들이 공격을 멈추게 하려면 우크라이나의 동맹국들이 자기들과 협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 안보 위원회 의장인 세르게이 쇼이구는 다른 구소련 국가의 국방 관리들과 회의하면서 서방이 모스크바와 직접 협상을 시작하거나 우크라이나 주민을 계속 "파괴"하는 것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후 러시아 관리가 전쟁 관련해서 한 첫 발언 중 하나였다.
젤렌스키는 트럼프가 그간 몇 시간 안에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고 주장해 온 것에 대해서도 신중히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빠른 해결책을 원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이 실현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빠른 합의가 우크라이나에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를 양보하는 휴전안을 합의하게 되더라도, 북한군이 평화롭게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지금 시급히 필요한 것은 ‘힘을 통한 평화’다. 양보해서는 안 된다. 양보한다면, 우리는 김정은도 유럽을 평화롭게 떠나기를 바라며 그의 호의를 구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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