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역대 경영평가 등급과 성과상여금/그래픽=이지혜

금융감독원 경영평가 결과가 다시 B등급으로 돌아오면서 임직원 연말 성과급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감원 직원의 평균 성과급은 100만원 내외에서 깎이지만 임원은 1000만~2000만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복되는 금융사고에 야간근무를 많이 했던 직원들 사이에선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금감원은 근무 환경 개선과 사기 진작을 위해 연말 예산 따내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
금감원, 경영평가 B등급에 연말 성과급 삭감 직원 100만~200만 감소 예상… 임원급은 2000만원까지 줄어들 듯
━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 달 금감원 직원들이 받는 성과급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의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B' 등급을 부여해서다.

경영평가 등급은 S부터 E까지 6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은 2022년도 경영평가에서 7년 만에 A등급을 받았다. 이복현 원장 취임 이후 첫 성적표였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한 단계 등급이 떨어졌다. 경영평가 결과의 자세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지만 홍콩H 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사태와 은행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금융사고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성과급은 연말에 한 차례 지급되는데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가령 A등급을 받으면 월급의 130%가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식이다. 올해부터는 지급 체계가 바뀌었는데 외부 경영평가에 더해 금감원 내부 평가까지 연동된다.

금감원 경영정보공개에 따르면 금감원 직원은 평균적으로 500만~600만원대의 성과상여금을 받는다. 지난해에는 평균 642만원을 받아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2022년도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실장 이하 직원의 성과급은 지난해보다 평균적으로 약 100만원 내외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실장급은 100만~200만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성과급 비중이 큰 임원급의 경우 1000만~2000만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걸 감안하면 줄어드는 성과급 액수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액수와 관계없이 "힘이 빠진다"는 반응이다.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에 대응하느라 잦은 야근을 자처 했음에도 성과급이 삭감돼서다.

한 금감원 직원은 "올해 티몬·위메프 사태 등 굵직한 이슈가 많아 야근 수당이 소진될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기분"이라며 "경영평가 등급은 절대평가임에도 금융위 산하 다른 공공기관은 A등급을 받았다고 하니 직원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내년도 예산과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임원회의에서 "각종 금융사고에 금감원이 조기 진화와 수습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직원이 업무에 매진해 거둔 성과에는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금융위는 연말에 정례회의를 열고 다음 연도 금감원 예산안을 의결한다. 금감원은 다음 달 말 정례회의 전까지 예산·인력 추가 확보를 위해 금융위와 협의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물가가 많이 올랐음에도 출장비 등은 계속 그대로라 직원의 애로가 컸다"며 "예전부터 동결돼 있던 경비나 일비 등 챙길 게 많다"고 설명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