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슈퍼스타 스테픈 커리.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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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시들했던 미국프로농구(NBA) 인기가 다시 치솟고 있다. 국내 여행사에서 출시한 'NBA 직관 여행'은 700만원대 고가 상품임에도 판매 개시 30분 만에 매진됐다. NBA 대표 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 스테픈 커리(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완판 비결이었다.
마이클 조던 은퇴 후 암흑기에 빠졌던 NBA 경기장에 다시 열기와 환호성이 뜨겁다. 여기에는 두 명의 스타 선수가 있다. 우선 커리는 농구선수치고는 작은 188㎝의 키에 체구 또한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빠르고 화려한 드리블을 구사하며 순발력 있게 돌파해 나가다가 먼 거리에서 3점슛을 휙 날리는 것이 그의 전매특허다. 제임스라는 숙명의 라이벌도 있다. 2m가 넘는 거구를 무기로 파괴력 넘치는 농구를 펼치는 그는 정반대의 매력으로 관중을 열광시킨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NBA 부활의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NBA는 '도파민'에 중독된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룰'을 변경했다. 공격팀이 리바운드를 잡으면 원래는 24초의 공격시간이 주어졌으나, 2018년 룰 개정을 통해 14초로 줄였다. 더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가 가능해졌다. 또한 경기 영상에 관한 저작권 조건도 크게 완화시켜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경기 장면이 자유롭게 편집되도록 허용했다. 각종 트렌디한 농구화부터 의류, 가방이나 헤어밴드도 Z세대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여기까지 서술한 내용을 보면 일반 트렌드 서적에서 다루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재무 덕후' 이재용 회계사가 쓴 'B주류경제학'은 한발 더 나아간다. NBA 매출액뿐 아니라 구단별 영업이익을 들춰본다. 가령 커리가 소속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20~30%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기업의 실제 수익성을 분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B주류경제학 이재용·토스 지음, 오리지널스 펴냄 1만9800원 |
이 책은 지금의 소비 트렌드를 재무제표라는 필살기를 동원해 파악하고 미래를 진단한다. 출판 도서 시장을 놓고도 문학 출판사 3사(민음사, 창비, 문학동네)와 실용서 3사(다산북스, 북이십일, 위즈덤하우스), 3대 대형 서점(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비교·분석하며 '출판 불황'의 현주소를 짚는다. 그러면서 불황 타개법으로 다품종이면서 원가 비중이 낮은 패션 시장의 브랜딩 전략을 참고하라고 조언한다.
음악 산업에 대해서는 유튜브와 틱톡이 신곡 홍보 방식을 바꾸고 있는 트렌드에 집중한다.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처럼 노래나 춤의 핵심 부분만 짧게 선보이며 따라하기를 유도하는 '챌린지'가 신곡 홍보의 필수 코스가 됐다. 음악 엔터사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아이돌 그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성과 서사 중 어떤 부분에 치중해야 하는지도 분석했다.
스낵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책이지만 곳곳에 정곡을 찌르는 통찰과 유머가 있다. 패션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 추천 기능이 성공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서는 '한 끗의 디테일 차이로 달라지는 트렌드에 수시로 바뀌는 개인의 취향, 그 옷을 입게 될 장소, 날씨나 기분 등등 오만가지 변수로 가득한 업계야말로 AI가 힘을 쓰기 어려운 필드일지 모른다'고 지적한다. 캠핑 시장의 열풍이 쉽게 꺼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두 푼이 아닌 고가의 장비를 이미 구비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이 곁들여진다.
이 책은 '토스'의 인기 유튜브 콘텐츠 'B주류경제학'에 나왔던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주제는 중구난방이지만 다 읽고 나면 한국 소비문화를 풍성하게 체험한 듯한 포만감에 빠져든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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