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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뇌졸중 골든타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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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30분 내 혈전용해제 투여 땐 장애 위험 3분의 1로

4시간30분 내 동맥 내 혈관재개통 시술 등 이뤄져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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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190만개, 1시간이면 1억2000만개에 달하는 신경세포가 뇌졸중이 발생한 시점부터 죽어가기 시작한다. 동시에 뇌 조직은 빠른 속도로 손상을 입기 시작해 말 그대로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다행히 빠른 치료로 생명을 지켜냈더라도 반신마비와 언어장애, 의식장애 등 되돌리기 힘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기온이 떨어져 수축되는 혈관을 비롯해 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심장질환 등의 만성질환, 그리고 흡연과 음주까지 다양한 요인이 겹칠수록 뇌졸중의 위험은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시급히 응급실로 이동해 빠른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파열되는 뇌출혈을 아울러 일컫는다. 전체 뇌졸중의 90%가량은 뇌경색이 차지하며,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생기는 출혈성 뇌졸중은 10% 정도 된다. 통계청의 ‘2023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질환은 국내 사망원인 중 4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환자 수도 매년 늘고 있다. 뇌졸중 발병률은 55세를 기점으로 높아져 연령이 10세 올라갈 때마다 약 2배씩 증가한다. 즉 60세에 비해 70세는 약 2배, 80세는 약 4배 정도 뇌졸중이 많이 발생한다.

발생 땐 신경세포 빠르게 죽어가
1시간이면 1억2000만개나 손상
반신마비·언어장애 ‘후유증’ 심각

뇌경색 90%·뇌출혈 10% 비율
당뇨·고혈압 등 있으면 혈전 위험
저염 식단·꾸준한 운동으로 예방

통계로 보면 나이가 들수록 뇌졸중을 더 주의해야겠지만 젊다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 뇌졸중의 주요 원인인 동맥경화증은 이르면 30대부터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맥경화로 혈관이 막히는 과정이 서서히 진행돼 환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뇌졸중 전조증상은 동맥의 지름이 정상보다 50% 이상 좁아지고 나서야 나타난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증세가 갑자기 발생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수년 혹은 수십년 전부터 원인질환이 심해져서 나타난 결과”라며 “만약 55세에 뇌졸중이 발병했으면 그 원인은 30대부터 진행된 동맥경화증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맥경화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전체 뇌졸중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당뇨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혈관벽에 손상이 일어나 그 지점에 지방이나 불순물이 쌓이게 되고 염증반응까지 일어나 혈관벽이 점점 두껍고 딱딱해진다. 이렇게 혈관이 좁아지면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면서 핏덩어리인 혈전이 생기기 쉬워지는데, 결국 뇌혈관에 이른 혈전은 혈류를 막아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조직의 손상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뇌졸중이 발생한 초기 증상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즉각 치료를 받아야 병의 위중도를 최대한 낮출 수 있다.

증상은 완화됐다 호전되기를 반복하지 않고 갑자기 한순간에 나타나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 팔다리를 움직이기 어려운 반신마비, 감각이 둔해지거나 저리고 시린 느낌이 드는 감각장애·이상, 정신은 명료한데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남의 말을 이해 못하는 언어장애, 발음이 어눌해지는 발음장애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어지럼증이 들어 메스껍거나 토하기도 하며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나 잘 안 보이는 시력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졸중 예방 수칙
·싱겁고 담백하게 식단 구성하기
·담배는 미련 없이 끊기
·술은 최대 두 잔까지만 마시기
·과체중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기
·주 3회,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스트레스는 바로 풀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방치하지 않기
·만성질환자라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 주시하기


우호걸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진단을 할 땐 신경학적 진찰과 함께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를 토대로 하면서 뇌혈류·경동맥 초음파 등을 통해 발생 원인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며 “신속히 적절한 치료를 개시하는데, 혈관이 막혔다면 정맥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녹여내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이나 시술도구로 직접 혈전을 제거하는 ‘동맥 내 혈관재개통 시술’ 등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시간이다. 앞서 말한 치료법은 늦어도 증상을 발견한 때부터 4시간30분 안에는 진행돼야 한다. 다만 진찰과 진단,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병원에는 더 빠르게 도착해야 한다. 발병 후 1시간30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했다면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와 비교해 장애가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3배가량 높았다. 우호걸 교수는 “뇌출혈도 마찬가지로 빠른 혈압과 뇌압 조절 등이 필요해 출혈량이 많으면 즉각적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가급적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하고 뇌졸중 집중치료실이 운영되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지체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뇌졸중은 심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별다른 신호를 보이지 않아 흡연과 과음, 운동 부족 같은 안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혈관 건강을 해치면서도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이 발병한 뒤 생존하더라도 3명 중 1명꼴로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할 정도로 후유증이 남는 비율이 높으며, 일상생활을 원활히 할 수 있으려면 대부분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에 걸리지 않았다면 15년 정도 더 살 수 있는 기대수명이 뇌졸중 탓에 4~5년 정도 짧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예방을 위해선 나트륨(소금)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트륨을 과잉 섭취할 경우 혈액 내 수분량이 늘어나 혈압을 높여 전신의 혈관에 이상을 부를 수 있다. 평소 나트륨 섭취량을 조절하려면 소금·간장 대신 식초, 레몬, 참기름 등으로 시고 고소한 맛 같은 다양한 맛을 가미하고 저염 양념장을 사용하면 좋다. 또 매일 식사에 야채와 과일, 현미·통밀 등 정제되지 않은 곡물, 등푸른 생선을 추가해 자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꾸준한 운동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면 혈당·혈압 조절 기능이 회복되고 체중도 줄이기 쉬워진다. 적어도 하루에 30분 이상, 주 3~5회에 걸쳐 총 150분 정도 운동을 지속하는 방법이 권장된다. 만일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실생활에서 계단 이용, 스트레칭, 도보 이동 등으로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도움 된다. 김범준 교수는 “반드시 금연하고 꾸준히 운동하며 혈관건강에 좋은 습관을 들여야 질환이 생겨 고통받는 대신 이를 예방하는 현명한 삶을 살 수 있다”며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뇌졸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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