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타고서 마포 하루 여행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 산에서 생태환경공원으로 탈바꿈한 하늘공원 정상에는 10만9487㎡의 대규모 억새밭이 조성돼 이 무렵 가장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김경우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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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변화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계절이다. 고개를 들어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고, 오랜만에 친구와 안부를 주고받고, 미뤄뒀던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시간이다.
잠깐 틈이 생긴다면 지하철 6호선을 타고 가을을 만나러 마포로 떠나보자. 상암동 하늘공원과 메타세쿼이아길,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자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망원시장,
책을 사면 꽃을 선물해주는 독립서점 오케이어 맨션까지.가을이라 더 반가운 하루 여행이 그곳에 있다.
메타세쿼이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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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선 마포구청역에서 내려 마포구청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지나면 하늘공원이 있다. 원래 이곳은 한강 변에 있는 난초와 지초가 풍요롭다 해 ‘난지도(蘭芝島)’라 불렸다. 하지만 1978년부터 15년간 서울 시민의 쓰레기 매립지 역할을 해오며 약 1억4000만t 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98m 쓰레기 산으로 바뀌었다. 이후 1993년부터 쓰레기 매립을 중단하고 1996년부터 안정화 사업을 추진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상암동 건설이 결정되면서 2000년 11월부터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생태환경공원으로 탈바꿈한 지 20년이 지났으며 이제는 평화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노을공원과 함께 월드컵경기장 주변의 5대 공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방법은 맹꽁이 전동차(성인 편도 2000원/왕복 3000원)와 도보 두 가지다. 맹꽁이 전동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난지천공원 주차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여러 대가 쉬지 않고 운행하지만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맹꽁이 전동차를 타기 위한 줄이 매우 기니 대기 시간을 염두에 두자.
하늘공원 은빛 억새 물결
울창한 메타세쿼이아길
아름다운 가을 산책 명소
천천히 가을을 즐기며 오르고 싶다면 도보도 추천한다. 완만한 경사의 하늘길을 따라 20분가량 걸을 수 있고, 굽이굽이 하늘계단을 따라 10분 만에 오를 수도 있다. 하늘계단 끝에 다다르면 월드컵경기장과 평화의공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이마의 땀방울 정도는 금세 잊힌다. 해발 98m에 위치한 하늘공원은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졌다. 정상에는 면적 10만9487㎡의 대규모 억새밭이 조성되어 가을 나들이로 찾기에 좋다.
하늘공원을 찾았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바로 메타세쿼이아길(사진)이다. 담양, 공주, 남이섬, 순천만 등의 메타세쿼이아길만큼이나 아름다운 산책길을 도심에서 만날 수 있다. 1999년에 조성된 곳으로 하늘공원 남측 900m의 산책로를 따라 700여그루의 메타세쿼이아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 언제든 시간이 나면 걷고 싶은 곳이다.
메타세쿼이아길에 조성된 특화거리 난지테마관광숲길에서는 계절마다 다양한 꽃도 만날 수 있다. 수국·상사화·꽃무릇·코스모스(7~10월), 수선화·작약·맥문동·핫립세이지(2~8월) 등 11종류 37만본의 꽃이 피어 시기마다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지역 시인들의 시를 감상하면서 특별한 산책을 즐겨보자.
망원시장 입구 |
“망원시장에 가서 뭐 먹을까?” 하늘공원 정상에서 다음 목적지를 고민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종로의 광장시장만큼 외국인 여행자들이 찾는 ‘먹방’ 성지이며, MZ세대에겐 ‘망리단길’과 함께 반드시 방문해야 할 마포의 핫플레이스다.
망원시장이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3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장미여관’의 보컬인 육중완씨의 망원동 옥탑방이 방영되고부터다. 방송에서 육씨가 즐겨 먹는 닭강정 등 맛있는 먹거리와 망원시장의 활기 넘치는 모습이 소개되었고, 이후 <찾아라 맛있는 TV> <나 혼자 산다> <식신로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망원시장은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에서 나아가 온 국민이 가고 싶어 하는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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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튀김·칼국수내외국인 다 즐겨찾는서울 시내 먹방 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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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먹방’이다. 지금의 망원시장이 되기까지 일등 공신 메뉴는 닭강정(위 사진)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닭강정을 망원시장에서는 오리지널 양념에서부터 깐풍, 치즈머스터드, 과일, 고추-마늘간장, 청양마요 등 다양한 맛으로 즐길 수 있다.
비 오는 날이라면 고추튀김(가운데 사진)과 막걸리를 추천한다. ‘망원시장=고추튀김’이라고 할 정도로 망원시장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다. ‘빗소리에 귀가 즐겁다’라는 뜻을 가진 ‘우이락 본점’에서는 고추튀김, 파전 등 한식 안주 메뉴와 함께 해창, 송명섭, 호랑이, 대대포 막걸리 등 다양한 막걸리를 구비하고 있는데, 막걸리별 특징이 정리된 도표가 빠른 선택을 돕는다. 쌀쌀한 날이라면 따끈한 국물의 칼국수(아래 사진)는 어떨까? ‘홍두깨손칼국수’는 즉석에서 바로바로 만드는 쫄깃한 면과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한 그릇이 5000원으로 맛도 가성비도 ‘갑’인 메뉴다.
망원시장에도 이모카세(이모+오마카세)가 있다. ‘훈이네 빈대떡’은 동네 주민들이 찾는 노포였지만 유명 먹방 유튜버들이 다녀가면서 MZ들도 찾는 힙한 명소가 되었다. 제철 음식을 선보이기 때문에 따로 메뉴판이 없고 당일 재료에 따라 이모가 추천해주는 메뉴를 시키는 것이 좋다. 주문 즉시 부쳐내는 빈대떡과 녹두전부터 가오리찜, 가자미구이, 겨울에는 석화찜도 별미로 즐길 수 있다. 그 밖에도 뿌링클호떡으로 유명한 ‘훈훈호떡’, 두툼한 크기에 육즙이 가득한 ‘망원떡갈비’, ‘바삭마차’의 마시멜로 아이스크림, 옛날식 꽈배기를 선보이는 ‘망원고로케’, 후회 없는 분식을 즐길 수 있는 ‘부산대원어묵’까지 취향대로 즐겨보자.
시장 음식을 편안히 먹고 싶다면 “공유그릇에 담아 주세요”라고 요청하고 ‘카페 M’과 ‘범골카페’를 이용하면 된다. 망원시장에서 구입한 음식을 반입해 음료(1인 1음료 필수)와 함께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 다 먹은 후 남은 음식을 포장할 수 있는 비닐 용기도 받을 수 있다. 카페 M에서는 마포주민들이 직접 만든 마을 맥주, 성미산에일(국제맥주대회 은메달 수상)과 시즌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범골카페는 콜드브루(더치 커피) 전문 카페이지만 다양한 음료와 맥주, 칵테일, 코냑도 판매한다.
TIP. 망원시장을 차로 방문한다면 공영주차장
망원시장 근처 주차장 중 망원1동 주민센터에 위치한 공영주차장(망원1-2 공영주차장)이 가장 넓고 이용하기 편리하다. 망원시장에서 발급한 영수증을 제출하면 2시간 이내에 대하여 주차요금 30%를 할인받을 수 있다. 단, 2시간 초과 주차 시 할인이 제외된다.
오케이어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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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어맨션
6호선 상수역 1번 출구에서 좁은 골목을 지나면 독립서점 ‘오케이어 맨션’이 있다. 책방지기 김은경씨는 마케터로 10년 넘게 일하다 2022년 9월 오케이어 맨션을 열었다. 책을 좋아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책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왔고, 어머니에게 서점을 차려드리려던 꿈 덕분에 직접 서점을 열게 되었다.
고즈넉한 독립서점
재미있는 하이볼 메뉴
책 사면 꽃도 선물로
‘오케이어(OK’er)’는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있는 직책이다. 매체에 실릴 원고를 꼼꼼히 확인하고 교열과 감수를 최종 책임지는 자리다. 김씨 역시 회사에서 오케이어의 역할을 했었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오케이’를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은 다양하다. 개점 초기에는 읽고 좋았던 책과 읽고 싶은 책 위주였지만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독립을 응원하는 책부터 에세이, 소설, 시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책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커피 및 음료와 베이글 등 간단한 음식이 있지만 하이볼 등 주류 메뉴가 특별하다. 강릉 사천면 미노리에서 재배한 쌀 베이스로 만든 ‘김은지 시인 酒(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 따뜻한 증류수와 아이스크림 솜사탕이 만나는 ‘으른의 솜사탕’, 부드럽고 깔끔해서 자꾸만 더 마시고픈 ‘아쉬운 하이볼’, 은은한 곡물 맛으로 시작해 부드러운 단맛으로 끝나는 ‘퇴근주 하이볼’ 등 그 이름과 설명만으로도 기분 좋게 취하는 듯하다. 오케이어 맨션은 ‘한 권의 책, 한 잔의 술, 한마디의 말’이라는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책과 음료, 책방지기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함께 하는 서점이다. 김은경씨는 “이곳에서 만큼은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본인을 위한 시간을 갖고, 돌아갈 때는 즐거운 마음이었으면 한다”라고 말한다.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만끽하며 책을 읽기에, 곧 다가올 연말을 차분히 준비하기에,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술 한잔을 하기에 하루 마포 여행이면 충분하다.
TIP. 책 선물 필요하면 신청을
오케이어 맨션에서는 책을 구입하면 책갈피로 꽃을 선물해 준다. 소중한 사람에게 줄 특별한 책 선물이 필요하다면 미리 신청하자. 정성 가득한 마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메시지(5줄 이내)와 꽃(생화)을 제공하는데, 포장비 4000원을 추가하면 된다.
글·사진 김준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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