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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사망 당시 몸무게 20㎏…아내 방에 가둔 남편 징역 2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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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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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방에 감금하고 식사도 주지 않는 등 유기·방치한 남편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어재원)는 8일 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59)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에 참석한 배심원 7명은 감금 혐의에 대해서 만장일치로 유죄를, 유기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5명은 무죄, 2명은 유죄 평결을 각각 내렸다.

재판부는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 “피고인의 유기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평결한 다수의 배심원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며 “피고인의 지적 장애 정도 등을 토대로 유기치사를 유기 혐의로 변경했다”고 했다.

A 씨는 2022년 11월 중순부터 지난해 1월 4일까지 대구 서구에 있는 한 주택에서 아내 B 씨(54)를 방에 감금하고 나오지 못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아내를 가둬두고 음식도 제공하지 않는 등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도 받는다.

장기간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당시 B 씨는 키 145㎝, 몸무게 20.5㎏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스스로 거동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청각장애가 있는 B 씨와 대화가 잘되지 않고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평소 B 씨에 대해 불만을 품어왔으며, 동네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B 씨를 감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고도의 기아 상태에서 합병증을 숨졌다. 피해자는 매우 말라 있었고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스스로 거동하기 어려운 상태였는데 피고인은 보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장기간의 기아 상태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피고인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를 외면했다. 피고인에게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비정한 남편”이라며 “감금 및 유기의 정도가 중대하고 그로 인한 결과가 매우 참혹한 점, 죄책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유족인 남동생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하며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도움이 필요한 피고인과 피해자에 대해 사회적 무관심이 더해져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 가정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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