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레즈 볼'은 미국 뉴멕시코주 원주민 보호구역 추스카에 있는 고교 농구팀을 화면 중심에 세운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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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카우차니 브랫)는 고교생이다. 농구에 빼어난 재능을 지녔고, 코트를 누빈다. 대학 진학과 프로 선수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야 할 텐데 그는 슬픔과 절망에 빠져 있다. 미국 원주민이라는 한계와 굴레에 시달리는데, 단짝친구이자 실력이 더 월등한 팀 동료 나타아니(쿠셈 굿윈드)를 잃기까지 했다.
①보호구역 원주민들의 삶
'레즈 볼'은 스포츠 영화인 동시에 미국 원주민의 불우한 현실을 들여다보는 사회성 짙은 영화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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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는 미국 뉴멕시코주 원주민 보호구역 추스카에 산다. 그가 속한 고교 농구팀은 추스카 워리어스. 이름에 어울리게 지역에서는 강팀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나타아니가 생각지도 못한 죽음을 맞이하면서 팀 성적은 곤두박질친다. 뉴멕시코주 우승이라는 꿈은 멀고도 멀어 보인다. 감독 헤더(제시카 매튼)는 지미를 중심으로 팀 전력을 복원하려고 하나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패배감과 무기력이다. 나타아니의 죽음을 부른 감정들이다. 팀원들뿐만 아니다. 나바호족으로 구성된 공동체 전체가 실업과 자살이라는 부정적 단어에 매몰돼 있다.
②농구라는 이름의 탈출구
자중지란에 빠졌던 농구팀 추스카 워리어스 선수들은 나바호족 전통을 익히며 뭉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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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의 집안 사정만 봐도 희망이라는 단어를 찾기 어렵다. 지미의 어머니 글로리아(줄리아 존스)는 학창시절 유명 농구 선수였다. 전액 장학금으로 대학에 진학할 정도로 실력이 특출했다. 여자프로농구 코트에서 명성을 떨쳤던 헤더보다 고교 시절 더 빼어난 활약상을 보였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술에 절어 내일이 없는 삶을 산다. 농구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도 아들과 사이가 좋을 리 없다.
반등의 계기가 마땅치 않은 환경 속에서 결국 지미에게 삶의 등불은 농구다. 나바호족에게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헤더의 담금질로 추스카 워리어스가 투지를 되살려 가는 과정을 리듬감 넘치는 빠른 전개로 묘사한다.
③보기 힘들었던 또 다른 미국
'레즈 볼'은 우리가 영상을 통해 접하기 힘들었던 나바호족의 삶을 다룬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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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볼거리는 농구다. 헤더는 나바호족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팀 전력을 끌어올리려 한다. 선수들은 코트에서 나바호어로 소통하고 속공으로 상대 팀을 공략한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승리에 일조했던 증조할아버지뻘 세대처럼 말이다. 선수들이 빠른 몸놀림과 협업으로 득점을 해내는 장면이 쾌감을 주고, 패배 위기가 안타까움을 부른다. 성공적인 스포츠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언더독의 반란이 가슴을 들썩이게 한다.
반전은 딱히 없다. 승리의 쾌감에 가족애가 어우러지는 전개가 전형적이긴 하나 다른 스포츠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을 품고 있다. 미국 원주민이 화면 중심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농구 코트에만 집중하지 않고 나바호족의 현재를 둘러본다. 미래가 없는 보호 구역에서 실업에 시달리며 스스로 목숨을 던지곤 하는 원주민들의 현실이 스크린을 관통한다. 우리가 보기 힘들었던 또 다른 미국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뷰+포인트
미 일간 뉴욕타임스 기자 마이클 파월의 논픽션 ‘협곡의 꿈들: 나바호 나라 농구 시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배우 대부분과 시드니 프리랜드 감독은 미국 원주민 출신이다. 추스카 워리어스는 가상의 팀으로 애리조나주 치늘고교 와일드캣츠 팀을 모델로 삼고 있다. ‘레즈 볼’의 ‘레즈(Rez)’는 보호구역(Reservation)을 의미한다. ‘레즈 볼’은 보호구역 원주민이 구사하는 농구 기술을 뜻한다. 지난 9월 제49호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됐다. 미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제작에 참여한 점이 흥미롭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4%, 시청자 82%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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