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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다시 현실화한 트럼프 리스크, 더 노골적인 '美 우선주의'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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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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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트럼프 정부는 더욱 노골적으로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칠 가능성이 높다. 여사 논란 등 정치적 리스크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경제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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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이목을 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화당은 상·하원 선거에서도 다수를 차지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2017~2020년)에 닻을 올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2기 트럼프노믹스가 현실로 닥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집권 1기에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조준하는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면, 이번에는 '보편관세'를 내세워 포괄적인 무역장벽을 세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무역정책 공약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도입하고, 무역 상대국과 동일한 관세율 적용이 원칙인 '상호무역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보편관세를 매기고 주요국들이 맞대응하면 우리나라 총수출액이 최대 448억 달러(약 62조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게다가 트럼프는 전방위적으로 중국과 교역 관계를 축소·단절하는 '디커플링(de-coupling)'도 공약했다. 중국 제품에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고, 금융·투자·연구개발 등 중국과의 교류를 억제하는 내용이다. 바이든 정부의 디-리스킹(de-risking) 노선과 차별화하겠다는 취지다.

중국산 완제품의 대미對美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은 트럼프 구상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2차전지 등 일부 산업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진단도 있지만, 장기적으론 손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 대부분이 여전히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디커플링으로 인한 반사이익보다는 중국 시장 침체로 인한 손실이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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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약탈'로 본다. 이런 자국 중심주의는 한국 등 대미 흑자국을 향한 통상 압력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역대 최대인 444억 달러였다. 올해 1~9월에도 399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를 트집 잡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나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강强달러'에 불만을 제기했다. 달러화 강세로 미국 제품이 비싸지고 무역적자를 키운다며 '약弱달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낮게 본다. 트럼프의 공약들-재정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반이민정책 등-이 물가상승과 달러강세를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개표가 진행되면서 트럼프가 우세하자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넘게 뛰며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위협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로 코스피도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단기적으로 우리나라 제품의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초래한다. 한국 입장에선 고환율·고금리의 어려운 시기가 다시 도래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 바이든 정부 정책을 되돌릴 태세다. 미국의 약속을 믿고 대규모 현지투자를 진행하는 한국 기업들로선 황당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건설 중인 첨단산업 시설은 경제·기술 분야로 확대된 한미동맹의 상징이므로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외교 및 동북아 안보질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은 당장 한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미 양국은 2026~2030년 적용할 방위비 분담금 기준을 지난 10월 합의했다. 2026년에는 올해보다 8.3% 인상한 1조5192억원을, 이후에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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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 리스크가 국정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곤란하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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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는 "한국은 부자다. 현금인출기(Money Machine)"라며 "내가 거기(백악관) 있으면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970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는 1기 때에도 100억 달러 분담금을 요구했다. 트럼프 말대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이 진행돼 증액이 이뤄지면 빠듯한 한국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1기 대통령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례 회담한 적이 있다. 트럼프가 북한과 직거래하며 북핵을 인정하고 군축 협상에 나서면 윤석열 정부가 추구해온 가치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고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트럼프 집권 2기에 닥칠 더욱 노골적이고 거센 경제·외교·안보 파고에 시나리오별로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 대응함으로써 국익을 지켜내야 한다. 김건희 여사 문제와 정치 브로커의 녹취 공개로 인한 대통령의 공천개입 논란 등 국내 정치 리스크가 국정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현실이 장기화하면 경제안보도 흔들린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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