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주의 주도 발렌시아 시내에서 홍수 대응 미흡을 이유로 주지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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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피해로 2백여명이 사망한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에서 10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정부의 부실 대응을 규탄하며 주지사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의 주도 발렌시아시에서는 이날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주민이 카를로스 마손 주지사의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를 행진했다.
현지 언론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시위에 약 13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9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주의 주도 발렌시아 시내에서 홍수 대응 미흡을 이유로 주지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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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위자들은 카를로스 마손 주지사를 향해 “당신이 희생자들을 죽였다”, “살인자”등을 외치며 사퇴를 요구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로이터에 “주 정부는 제때 홍수를 경고하지 않았고, 제때 대응하지도 않았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물러가고 새 정부가 그들이 남긴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발렌시아 시청광장 주변까지 행진한 이날 시위대는 진압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에 가로막혔다. 일부는 시청을 향해 진흙과 의자 등을 던지기도 했지만 큰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들이 9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홍수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는 발렌시아 지방 정부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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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통신은 이날 발렌시아 외에도 마드리드와 알리칸테 등 여타 도시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마리아 호세 카탈라 발렌시아 시장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시위 참가자들에게 진정해달라고 호소하면서 “대립과 파괴행위는 결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29일 남동부를 휩쓴 기습폭우로 최소 220명이 숨지고 70여명이 실종됐다. 사망자 대부분(212명)은 발렌시아주에서 나왔다. 이날 8시간 만에 거의 1년 치 비가 쏟아졌다.
이번 수해에 대해 주민들은 국왕과 정부에 분노하고 있다.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뒤늦은 대응이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 스페인의 펠리페 6세 국왕(왼쪽)이 홍수 피해를 입은 스페인 발렌시아주(州) 파이포르타를 방문한 가운데 분노한 시민들이 그를 야유하자 한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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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최대 피해지역 중 하나인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방문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욕설과 함께 진흙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성난 주민들은 피해 지역을 걷는 국왕과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다.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고 욕설도 했다.한 청년이 국왕을 향해 국가의 이번 수해 대응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에 공유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 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리는 등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보도했다. 이 문자도 “어떠한 종류의 이동도 피하라”는 정도의 간단한 내용만 담겼다.
소방관들이 지난 3일(현지시간) 스페인 알제메시에서 진흙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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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 따르면 마손 주지사는 중앙정부로부터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조기에 경고받지 못했다고 항변했지만, 스페인 정부는 네 차례나 거듭 전화를 건 끝에 간신히 마손 주지사와 연락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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