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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임기 반환점 맞은 尹…'트럼프 회의' 주재하고 골프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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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 및 안보정책 변화와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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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은 별도의 정치적 메시지 없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져올 변화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두 달 뒤면 미국 워싱턴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고 세계 경제와 안보에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게 된다”며 “경제부총리를 컨트롤 타워로 하는 금융·통상·산업 3대 분야의 회의체를 즉시 가동해서 시장을 점검하고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 사안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구조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안보라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이기에 그렇게 한꺼번에 확 바꿀 수 있는지 잘 좀 챙겨달라”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제대로 된 평화와 번영의 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만나서 친교와 대화할 시간을 잡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110여분간 이어진 회의에 대통령실에선 3실장(정진석 비서실장·신원식 안보실장·성태윤 정책실장)과 장호진 외교안보특보가, 내각에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외교·통일·국방·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함께했다. 회의명에 트럼프라는 이름은 없었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분야별 대선 공약이 한국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고 분석하는 ‘트럼프 준비 회의’와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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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 및 안보정책 변화와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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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슈퍼관세 등 통상 분야의 변화에 대해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 지원이 산업과 또 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공무원끼리 책상에 앉아 머릿속으로 생각해 대응하지 말고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직접 대화를 많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대통령실과 내각은 심기일전해 항상 기업의 사정을 듣고 국익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의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중 참모들에게 “트럼프의 당선은 위기의 요인과 기회의 요인이 같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수차례 전략적 사고를 당부했다. 모두발언에서 “새 미국 행정부가 화석 연료에 대해 유연한 정책을 쓴다고 하면 조금 침체된 우리의 석유 화학 분야도 종전과 같은 지위를 회복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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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안보 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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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정책실장도 회의 뒤 브리핑에서 “미국 신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불확실성과 도전 과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대응 여하에 따라 기회 요인도 많다”며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건 주목할 점”이라고 말했다. 성 실장은 “미국은 군함 건조 역량 강화를 포함해 조선업 생산성 개선에 관심이 많은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이 있어 상호 윈윈 분야가 많을 것”이라며 “조선업을 포함해 미국의 관심사와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협력 기회를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보 분야에선 윤 대통령이 언급한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비책이 주로 논의됐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참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미국의 개입에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회의 뒤 브리핑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우크라 전쟁, 러·북 군사협력, 글로벌 차원에서 기존에 한·미 간에 중점을 뒀던 현안 중에서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 짚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선 모두 양국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졌던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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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안보 점검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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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차장은 “한·미 간에 안보, 경제 협력은 어느 일방의 이익을 충족하는 것이 아니며 동맹 모두의 공동 이익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미국 조야와 의회는 공화당과 민주당 구분 할 것 없이 한·미 동맹 중요성을 공감하고 있고 한국이 안보의 책임 분담과 기여에 모범사례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머신(현금 인출기)’이라 지칭하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예고한 트럼프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차장은 북핵 대응 및 한·미·일 협력과 관련해선 “미국 신행정부와 북한 비핵화 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핵 기반 한·미 동맹 공고히 발전시킬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3국 공조 또한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와 마무리 지은 방위비 분담 협정 결과가 양국의 호혜적 이익에 기초한 것이란 점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하려 한다”며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의 90%를 한국이 부담했고, 매년 방위비 분담금 외에 서비스 등 간접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선 “매우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고려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유명한 트럼프 당선인을 고려해 8년 만에 골프 연습도 다시 시작했다. 트럼프 1기 재임 시절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골프를 할용해 트럼프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는 주변 인사들의 조언이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지난 여름 휴가 때도 골프를 쳤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임기 반환점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안 했지만, 회의에 빨강 넥타이를 메고 와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심기일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윤 대통령이 여당 색깔의 넥타이를 골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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