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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우주에 띄우는 ‘일본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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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대 연구진, 세계 최초 목재 인공위성 개발…왜?

경향신문

일본 교토대와 스미모토 임업 연구진이 개발한 초소형 인공위성 ‘리그노샛’. 기존 인공위성과는 달리 동체 재료로 금속이 아닌 목재를 썼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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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초소형 ‘리그노샛’
우주정거장서 한 달 뒤 궤도 투입
극한 환경서 6개월 내구성 시험

기존 금속 재질 인공위성 동체
대기권서 ‘산화 알루미늄’ 방출
기온 하강·오존층 공격 가능성
“나무는 재로…환경 영향 적어”

미 공익연구그룹 우주과학자들
스타링크 등 ‘집단 위성’에 우려
“환경 영향 검토까지 발사 중단”

손바닥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자그마한 정육면체 하나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딱 탁상시계 덩치다. 그런데 시침이나 분침이 없다. 겉모습만 봐서는 용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물체의 표면을 살피니 부드러운 물결무늬가 보인다. 목재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이 물체는 일본이 개발한 인공위성 ‘리그노샛’이다. 인류는 1950년대부터 인공위성을 쐈는데, 동체 재질은 모두 금속이었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통념을 깨고 목재 인공위성이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 잘 쓰던 금속을 놔두고 왜 구태여 목재를 사용한 것일까. 금속 재질 인공위성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리그노샛’ 지구 궤도서 시험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교토대 연구진이 스미모토 임업과 함께 개발한 리그노샛이 지난주 무인 우주선에 실려 지구 표면에서 400㎞ 상공을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했다. 리그노샛은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 10㎝다. 자동차만 한 위성이 흔한 요즘 추세를 고려하면 매우 작다. 이른바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그런데 리그노샛의 진짜 특징은 크기가 아니다. 동체 재질이다. 리그노샛은 세계 최초의 목재 인공위성이다. 목재 종류는 ‘일본목련’이다. 일본목련은 가볍고 강도가 좋다. 가구나 목공예품을 만드는 데 주로 쓴다.

교토대 연구진은 한 달 뒤 리그노샛을 ISS에서 방출해 지구 궤도에 투입한다. 리그노샛은 보통의 인공위성처럼 지구 주변을 공전할 예정이다. 지구 궤도에서 햇빛이 비치는 곳은 영상 100도, 비치지 않는 곳은 영하 100도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6개월간 내구성 시험을 한다.

교토대 연구진이 일본목련을 네모난 막대기 형태로 잘라 2022년 지구 궤도에서 10개월간 실시한 내구성 시험에서는 ‘합격’ 판정이 내려졌다. 연구진은 위성 형태의 완제품으로 만든 뒤에도 뒤틀림이나 갈라짐 등이 생기지 않는지 관찰할 예정이다.

경향신문

2019년 5월24일 처음 발사된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용 위성 수십기가 지구 궤도에 투입되기 위해 우주선에서 가지런히 대기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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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위성 ‘기온 하락 유발’ 우려

그런데 왜 목재 인공위성을 만든 것일까. 동체가 금속인 기존 인공위성에서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유가 있다. 위성 동체에 쓰이는 금속, 즉 알루미늄이 지구 환경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인공위성은 연료가 떨어져 제힘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되면 대개 수년 뒤에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지상으로 추락한다. 이 과정에서 위성 동체는 대기와 마찰하며 불덩이가 된다. 뜨거운 열은 동체를 이루는 금속의 주성분인 알루미늄을 ‘산화 알루미늄’으로 바꾼다.

지구 상공에 흩뿌려진 산화 알루미늄 조각은 거울처럼 햇빛을 반사한다. 지구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산화 알루미늄은 성층권에 있는 자외선 보호막인 오존층도 공격한다. 유해 광선인 자외선이 기존보다 지상에 많이 쏟아지면서 생물이 해를 입을 공산이 크다.

목재는 다르다. 연구진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무는 대기와의 마찰로 불에 타면 재가 돼 사라진다”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밝혔다.

“금속 재질 발사 중단” 요구도

사실 금속 재질 인공위성으로 인한 문제는 교토대 연구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과학자들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비영리단체인 ‘공익연구그룹(PIRG)’에 속한 우주과학자 100여명은 자국에서 위성 발사 허가를 담당하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 서한을 발송했다.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프린스턴대 등에 소속된 이들은 “FCC가 ‘대규모 인공위성 집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며 “검토가 끝나기 전까지 발사를 일시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PIRG가 지칭한 대규모 인공위성 집단이란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세계 어디든 제공하려고 지구 상공을 도는 위성 무리를 뜻한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대표적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 5년간 스타링크를 구현할 인공위성을 6000여기나 쐈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전체 인공위성(8000여기)의 75%다. 스타링크용 인공위성은 2027년 1만2000여기까지 늘어난다. 스타링크용 인공위성 역시 동체는 금속이고, 대기권으로 돌입하면 산화 알루미늄이 된다. 스타링크용 인공위성은 숫자가 너무 많은 만큼 기온이나 오존층에 가시적인 문제를 일으킬 공산이 크다. PIRG 과학자들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낸 이유다.

교토대 연구진은 “미래에는 위성 동체를 금속으로 만드는 일이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목재 위성의 내구성 평가 자료를 활용해 향후 우주에 지을 건축물 재료로 나무를 쓸 수 있는지 분석할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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