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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구속력 잃는 기후대응…추가재원 분담 합의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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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 7일(현지시각), 기후운동가들이 영국 런던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대사관 건물 외벽에 “이번 총회는 화석연료를 끝내야 한다”는 문장을 비추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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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11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오는 22일까지 12일 동안 열린다. 1995년부터 29년 동안, 팬데믹으로 회의가 취소된 2020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리는 유엔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회의다. 세계 198개국에서 온 4만여명이 참석한다.



총회에 참석하는 당사국들은 지난해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한다’고 합의했다. 기후변화로 발생한 개발도상국들의 손실과 피해를 보상하는 기금(손실과 피해 기금)을 만들기도 했다. 올해 핵심 의제는 이 기금의 운영 방안과 더불어,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를 합의하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조성하기로 한 기후재원이 애초 목표액 1천억달러를 달성했는지 확인하고, 새로운 기후재원의 조성 방식을 합의해야 한다. 재원 공여국을 확대할지, 재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각국이 얼마나 부담할지를 두고 다투게 된다. 기후변화협약의 대원칙인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과 각자의 능력’에 따라, 결국 위기에 대응할 책임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가 관건인 것이다.



기후재원 논의로 대표되는 ‘누가 얼마나 부담하느냐’의 문제는 올해 기후총회의 핵심 의제이면서 지난 30여년간 유엔 기후위기 대응 흐름의 뼈대였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서 유엔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되고 5년 뒤인 1997년 7월, 교토의정서(그해 3차 총회에서 채택) 협상을 앞둔 미국 의회 상원은 만장일치로 ‘버드-헤이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인도 등 주요 개도국이 미국과 동등한 법적 의무를 수락하지 않는 한, 미국 정부가 기후협약상의 어떠한 의무도 부담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큰 미국이, 자국 책임을 부정하고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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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환경 외교관이었던 정내권 외교부 초대 기후변화대사는 2022년에 낸 책 ‘기후담판’에서 “지난 30여년간의 세계 기후체제는 사실상 이 결의안과의 싸움”이었다고 술회했다. 미국이 앞장서 책임을 외면하고 질서를 흐트러뜨리자 개도국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개도국들이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추궁하는 데에 철저”하면서도, “각국의 능력에 상응한 미래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에 대해 시종일관 회피”(‘기후담판’)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1년 아예 교토의정서 체제 탈퇴를 선언한다. 교토의정서 체제는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지우는 ‘차별화된’ 체제였는데,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개도국들이 의무에서 배제돼 아무런 성과를 가져올 수 없고,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미국의 몽니로 결국 기후위기에 대응할 새로운 체제가 필요해졌다.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17차 총회에서 새 체제를 만들기로 하고 4년의 협상 끝에 2015년 프랑스 파리 총회(21차)에서 탄생한 것이 ‘파리협정’이다.



파리협정이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와 다른 점은 그동안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온 부유한 나라뿐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도 감축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감축 참여국은 늘었지만 구속력은 약해졌다. 각국에 목표량을 할당했던 방식(하향식)에서 각자 사정에 맞게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상향식)으로 바뀌었다. 감축 목표를 이르는 말도 그래서 ‘공약’에서 ‘기여’로 바뀌었다. 미달성량의 1.3배를 다음 공약 기간 할당량에서 차감하는 ‘징벌’도 사라졌다. 그저 5년마다 제출하는 목표가 이전 목표보다 상향돼야 한다는 ‘진전의 원칙’이 더해졌을 뿐이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온실가스 감축 체제를 구축해 기후위기를 막겠다는 애초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주기적 목표 갱신과 이행 실적의 공개 검증 같은 수단이 이른바 ‘정치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평가도 있지만, 현재 인류의 기후위기 대응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그야말로 자발적 서약과 검토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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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 3년 연속 산유국(이집트, 아랍에미리트, 아제르바이잔)이 의장을 맡는 등 기후총회가 화석연료 산업계의 이해를 반영하는 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총회 참석 거부 등 기후변화협약 무용론도 등장한다.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퇴출’(2021년 26차 총회),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지난해 28차 총회)처럼, 기후총회가 점차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합의를 내놓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물론 있다. 하지만 올해 핵심 의제인 기후재원을 둘러싸고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개도국 간의 갈등이 본격화하면 지금의 체제가 더 취약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더구나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사기극”이라는 도널드 트럼프다.



인류가 기후위기 대응에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위기는 점차 심화하고 있다. 지구 대기 중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첫 기후총회가 열리기 한 해 전인 1994년 385ppm에서 지난해 420ppm으로 증가했다. 유럽연합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지난 7일(현지시각) 발표한 지난달 지구 평균 기온은 15.25도로, ‘역사상 두번째로 더운 10월’이었다. 산업화 이전 평균 기온보다는 1.65도가 높았다. 남은 두달 동안 심각한 극저온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는 ‘사상 가장 뜨거웠던’ 지난해를 넘어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파리협정에서 정한 1.5도 목표를 넘어선 첫해가 되는 것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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