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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전문가칼럼] AML을 위한 법인 실소유자(UBO) 정보 관리제도 강화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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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글: ACAMS 한국대표, 한국자금세탁방지학회 회장 송근섭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겸임교수, 사진)

- FATF 평가 대비 법인 실소유자(UBO) 정보 투명성 강화의 필요성 대두

- 미국 FinCEN 사례로 본 실소유자 정보 관리의 시사점

- 효율적인 BOI 도입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 방안 제언

우리나라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최근 총회(10월 21일~25일, 파리)에서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에 대한 국제기준 이행평가 등급을 "강화된 후속점검"에서 "정규 후속점검"으로 상향 조정 받았다. 이로써 한국은 FATF 평가 체계에서 최고 수준의 등급을 획득하여 자금세탁방지 모범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이루었다.

이번 정규 후속점검 국가로의 편입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8년 3월부터 예정된 제5차 FATF 상호평가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을 예정인데, 남은 3년여의 시간동안 특정 비금융사업자·전문직(DNFBPs)에 대한 AML 의무 부과, 내국인 정치적 주요인물(PEP) 제도 도입, 법인 투명성 강화(UBO, BOI) 등 관계 당국이 준비해야 할 과제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법인의 실제 소유자(UBO) 정보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은 자금세탁 방지의 핵심 요건 중 하나로 꼽힌다. 법인의 소유 구조와 최종 수혜자를 명확히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각종 금융 범죄 예방에 중요하다. 정부는 모든 법인이 소유 구조와 실제 소유자 정보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관계 기관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보고된 정보를 정확히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창구에서 법인의 실소유자 확인은 법인이 제출하는 주주명부를 통해서 확인해야 하므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검증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법인의 실소유자 정보(Beneficial Ownership Information, BOI)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 조달 차단을 위한 필수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금년 1월1일부터 우리나라의 KoFIU에 해당하는 FinCEN(금융범죄네트워크)에서 미국 내의 모든 법인에 대하여 실질 소유자 보고제도를 의무 시행하고 있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최대 1만 달러의 벌금과 최대 2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의 법적 근거는 자금세탁방지를 강화하기 위해서 2021년 제정된 Corporate Transparency Act(기업투명화법)로서 불투명한 기업 구조 뒤에 정체를 숨기고 미국 금융 시스템을 악용하는 악의적 행위자를 식별하고 기업투명성 향상을 위해서다.

미국 금융회사는 FinCEN을 통해서 미국내 모든 법인의 실질 소유자 정보(BOI, Beneficial Ownership Information)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서 금융회사의 고객 실소유자 확인 업무를 효율화 하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법인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법인을 자금세탁과 금융범죄에 활용하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FATF의 권고에 따라 실소유자(UBO) 정보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8년 예정된 제5차 FATF 상호평가를 앞두고 우리나라가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서 구체적인 업무 적용 방법을 논의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첫째, 실소유자 정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법인의 실소유자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를 법률에 반영하여 법인이 소유 구조와 최종 수혜자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 FATF 기준을 참고하여 한국 상황에 맞는 실소유자 정의를 구체화하고, 관련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실소유자 정보 보고의 필요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이 2021년 1월에 연방법으로 제정해서 2024년 1월 1일 시행한 기업투명화법(Corporate Transparency Act)의 내용을 참고해서 실소유자의 정의 및 수집 정보의 범위와 방법 그리고 금융회사의 이용 방안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앙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여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

미국의 FinCEN처럼 금융위원회 또는 KoFIU와 같은 금융 규제 기관이 실소유자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법인이 보고한 정보를 중앙에서 통합 관리하고, 금융기관이 필요할 때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실소유자 정보의 투명성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금융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실소유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는 접근성을 제공함으로써 고객 실사(KYC) 절차를 효율화하고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금융기관이 효과적으로 실소유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연계하고,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 실소유자 정보 보고 의무 위반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미국처럼 실소유자 정보 보고 의무 위반 시 민·형사 처벌과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보장해야 한다. 동시에, 자율규제기구(SRB)와의 협력 및 업계의 부담을 줄이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기업들이 실소유자 정보를 더욱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FATF 및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실소유자 정보 관리 체계를 마련하여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외국 투자자와의 거래가 많은 고위험 기업들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한 단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실소유자 정보 관리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 범죄 예방에 기여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지키는 길이다. 정부, 금융기관, 업계가 모두 협력하여 이러한 과제를 실천해 나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국제 신뢰 자산이 될 것이다.

* 본 기고문은 <디지털데일리>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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