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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논현로] 트럼프 2기, 중국과의 디커플링 속도 빨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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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현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반도체 공급망 분리·관세부과 땐
中 경제성장률 반토막 날 수 있어
韓, 규제 기회삼아 발판 마련해야


이투데이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부터 공식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제일의 가치로 내세웠기에 트럼프 당선에 대한 전 세계의 반응은 기대와 희망보다는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다. 특히 트럼프가 공공연하게 중국에 대한 압박을 예고해 왔기에 중국의 고민은 더욱 깊을 것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경책은 트럼프 1기에서 시작하여 바이든 행정부까지 그 기조가 꾸준히 이어졌다. 바이든은 중국에 대해 직접적인 수출 통제와 해외투자 규제 같은 정책을 사용하였는데 트럼프 2기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국, 유럽 등 동맹국과의 협력은 바이든 행정부보다 약화할 것이며, 해외 제조업체를 미국으로 유치하기 위한 산업정책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이 삼성전자나 TSMC의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이라는 당근을 주었다면, 트럼프는 관세라는 채찍을 휘둘러 기업이 어쩔 수 없이 제품을 미국 땅에서 만들도록 한다.

트럼프 2기의 첫 번째 대중국 정책은 관세부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중국산 제품에 무려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였다. UBS는 이 경우에 중국 경제성장률이 2.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 부동산 침체 그리고 지방정부 부채 문제로 휘청거리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이 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는 강하게 말하고 실제 협상에서 실리를 취하는 전략을 잘 사용한다. 관세를 단계적으로 올리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둘 가능성도 있다. 2020년 트럼프 1기에서는 3,6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려고 했지만, 중국으로부터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이를 취소한 적이 있다. 그런데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2022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추가구매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트럼프 2기에서 미국이 신뢰할만한 협상 카드를 중국이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트럼프가 취할 두 번째 정책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완전한 분리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국은 중국이 빠진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했다. 트럼프는 동맹국과의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에서 제3국이 미국의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제품을 중국에 못 팔도록 하거나, 일정 비율 이상의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면 중국 수출을 막는 방식이 나올 수 있다.

트럼프 1기에서 화웨이에 대해 반도체 수출 규제가 시행되었다.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로 개발되거나 생산된 반도체는 어느 것도 화웨이에 판매하지 말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특정 기업을 지정하여 제재하는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2018년 트럼프 정부는 중국 통신업체인 ZTE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 다음 두 달 후에 돌연 스스로 뒤집었다. 공급망에서 미국과 중국이 좀 더 확실하게 분리되겠지만, 개별 사안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 공급망 분리가 명확해질수록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불리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주력 수출품은 대부분 경쟁 관계에 있기에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는 우리에게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2기에서는 경제 안보가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디커플링의 시대, 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를 희망한다.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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